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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작기행>"디지털" 美 N.니그로퐁티 著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현재 상영중인 공상과학영화『타임캅』의 주인공(장 클로드 반담扮)은 기간경찰.현재의 성공을 위해 과거로 돌아가 옛날 사건의흐름을 뒤집어 놓은 사람들을 검거하는 것이 그의 주요 임무다.
그런데 그가 타고 다니는 차가 특이하다.사무실에 서 나와 집에가는 동안 그는 운전대를 잡지 않는다.『집으로 가자』는 말 한마디에 자동차는 미리 입력된 데이터에 따라 그를 바로 대문 앞까지 안전하게 모셔다준다.집에 가는 동안 그는 하루 일을 정리하며 편안히 쉬면 된다.
공상영화에 어울리는,그래서 아주 먼 미래에야 겨우 가능한 이야기로 보인다.그러나 그 실현이 그리 멀지않은 장래에 반드시 이루어질 수 있다는「장밋빛 견해」를 담은 책이 지난달말 미국에서 발간돼 화제다.이 책은 컴퓨터 처리능력이 상상 하지 못할 정도의 빠른 속도로 향상되면서 인간의 사고방식과 생활양식이 지금과는 판이하게 다르게 전개될 것이라는 예측을 담고 있다.인터넷 이용자 급증,멀티미디어의 약진,정보고속도로의 건설등 정보화사회의 진전에 따른 인간소외의 심화,기 계에 대한 인간의 종속,인간 상호간의 커뮤니케이션 실종등을 지적하는 일부 전문가들의시각은 지나친 우려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책제목은『디지털』(원제 Being Digital.Alfred Knopf刊.2백43쪽.23달러).저자는 미국 매사추세츠주 공과대학(MIT)미디어연구소 소장이자 컴퓨터정보지『와이어드 매거진』(Wired Magazine)의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니콜러스 니그로퐁티(Nicholas Negroponte)교수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평범하고 간결한 문체로 컴퓨터발전이 가져올생활상의 변화를 추적한 이 책은 우선 미래의 모든 사물이 디지털 형태로 표현된다고 설명한다.「비트」(Bits)와「원자」(Atoms)의 대조적인 두 개념으로 미래의 정보혁 명시대를 분석하고 있다.
여기서 비트란 컴퓨터정보처리의 기본단위로 0과1의 조합을,원자는 물질의 최소단위가 아닌 구체적 형태를 갖춘 신문.잡지.비디오테이프등의 물건을 지칭한다.저자는 향후 정보혁명시대는 비트가 모든 원자를 대신하게 될 것이라고 단언한다.비 트는 원자와달리 색깔.크기.무게가 없고 빛의 속도로 이동하기 때문에 이동성에 있어 원자와 비교할 수 없다.또한 어떤 이미지나 영상.음향도 자유자재로 담아내기 때문에 비트는 마치 정보에 있어서의 유전자(DNA)와 같다고 설명한다.이 미 음반.비디오가 초보적디지털 형태인 CD로 나온지 10여년이 지났으며 책이나 잡지등원자의 형태로 당분간 정보가 유통되겠지만 그 효용성은 크게 줄어들게 된다.특히 비디오대여업은 조만간 문을 닫는 운명을 맞게될 것이다.전화선을 통해 주컴퓨터에 저장된 내용을 전송받는 주문형비디오서비스(Video-on-Demand)가 확고히 자리를잡기 때문이다.
텔레비전과 전화.컴퓨터도 하나로 통합된다.원하기만 한다면 언제,어디서든지 전화 한 통화로 오늘 오전6시 뉴스를 재시청할 수 있다.컴퓨터도 갈수록 인간의 지각능력에 점차 가까워진다.사용자의 습관을 기억할 뿐만 아니라 시각.청각능력도 갖춰 인간과의 거리가 갈수록 좁아진다.
따라서 종래의 시간과 공간의 의미도 상실된다.문자.음향.영상이 모두 하나로 수렴되는 소위「미디어폭발」이 발생하면서 어느 곳에서나 필요한 정보를 즉각 받아보기 때문에 지구촌 모든 지역이 하나의 도서관같이 엮어진다.현재 대략 2천만명 이 사용하고있는 인터넷은 단지 시작에 불과하다.향후 완성될 정보고속도로에비하면 인터넷은 여러나라 인종이 모인 달동네와 같기 때문이다.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CD-롬도 일단「원자」의 형태를 띤 만큼 디지털 시대가 만개하는 향후 1 0년내에 사라질 것으로 예측한다. 〈朴正虎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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