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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배추 고르니 요리법 뜨고 카트에 담는 순간 계산 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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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서울 강남구에 있는 이마트 수서점이 ‘디지털 매장’으로 업그레이드 됐다. 이 매장은 구입 물품을 꺼내 계산대에 올려 놓지 않고도 바로 결제할 수 있는 ‘디지털 카트’를 16일 비치했다. 중앙일보 박현영 경제부문 기자는 이날 직접 ‘디지털 쇼핑’을 했다.

 박 기자는 이 매장에 가기 전 이마트 홈페이지(www.emart.co.kr)에 들어가 쇼핑리스트를 입력했다. 매장 입구에서 신세계 포인트카드를 디지털 카트에 있는 단말기에 갖다 대자 내가 살 쇼핑 리스트가 실제로 화면에 떴다. ‘상품 위치 확인’을 누르니 매장 지도와 찾는 상품의 위치가 표시됐다. 쇼핑 동선이 한눈에 들어왔다.

 양배추 진열대 앞에 꽂혀 있는 전자태그(RFID칩)에 리더기를 대자 요리 정보도 나왔다. ‘양배추 쇠고기 볶음’을 예로 들어 재료·칼로리·난이도·소요 시간을 일일이 알려줬다. ‘e-메일로 전송’ 버튼을 눌렀더니 그 요리 정보가 내 컴퓨터 안의 e-메일 계정으로 날아갔다. 와인 코너에는 스마트 선반이 설치됐다. 스마트 선반 위에 있는 와인 ‘1865’를 고르자 선반에 부착된 대형 화면에 원산지·맛·향 등 정보가 떴다.

 스마트 선반은 재고 관리에도 도움이 된다. 선반 위 남은 물량을 실시간으로 파악한다. 물건이 적정 재고수량에 못 미치면 담당 점원에게 메시지가 전송된다. 선반에 부착한 종이 가격표를 디지털로 바꾼 ‘전자 가격 표시기’도 이날 선보였다. 중앙 컴퓨터에서 가격을 입력하면 표시기에 반영된다. 바뀌는 가격을 손으로 일일이 고쳐 달아야 하는 불편함이 사라졌다. 디지털 표시기는 100g, 100mL당 가격 등 단위당 가격을 알려줘 상품 간 가격 비교가 쉬웠다. 주용노 이마트 시스템기획팀장은 “대형 마트는 고객을 일대일로 응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디지털 기술을 통해 고객이 원하는 정보를 주고, 매장 관리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귤 한 박스, 10분간 30% 할인’ 같은 ‘타임 세일’ 정보도 카트의 모니터에 수시로 뜬다. 화면의 ‘장바구니 담기’를 누른 뒤 카트에 물건을 넣으면 그때그때 구입 물품의 가격이 합산돼 구매 총액을 알 수 있다. 쇼핑을 마친 뒤 계산대 앞에서 ‘결제 확인’을 눌렀다. 구매 정보가 계산대로 이미 전송됐기 때문에 카트에 있는 상품을 다시 꺼낼 필요가 없었다.

 이런 디지털 매장을 운영하려면 전자태그(RFID)가 모든 상품에 부착돼야 한다. 전자태그는 기존 바코드처럼 상품을 직접 인식장치에 접촉하지 않아도 먼 거리에서 해당 정보를 체크하는 칩을 말한다. 디지털카트에는 RFID·바코드 리더기와 LCD 모니터가 달려 있다. 대당 가격이 1000만원이다. 수서점은 10대의 카트를 운영 중이다.

 하지만 매장의 디지털화는 아직은 초기 단계다. 대형 유통업체들이 시범사업으로 운영 중이다. 롯데마트는 2006년 스마트 선반과 전자가격표시기를 서울역점에 도입했다. 이마트 수서점은 전체 1500개 품목 중 100여 개 품목에만 RFID 칩을 부착했다. 전자태크의 값이 아직 비싸기 때문이다. 윤현동 이마트 재무담당 상무는 “수서점의 디지털화에 7억원을 투자했다”며 “현재 150~1000원인 RFID 칩 가격이 떨어지면 모든 물품에 붙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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