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년조직개편] 공직 '정리해고' 첫발뗐다…공무원 감축안 마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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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1998년02월19일자 기사

정부조직개편심의위원회 (위원장 朴權相)가 18일 발표한 공무원감축안은 '작고 효율적인 정부' 를 위한 행정개혁의 첫걸음이자 시금석이다.

첫걸음이란 이번 감축대상이 전체공무원 90여만명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고 앞으로도 상당한 감축작업이 이어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시금석이란 앞으로의 행정개혁과 공무원감축 과정에서 이번 정개위의 감축방안이 준거의 척도가 된다는 의미다.

이번 감축을 가능케한 직제개편, 즉 조직의 축소는 크게 세가지 원칙에 의해 이뤄졌다.

첫째는 기구와 인력을 감량하는 조직 슬림 (Slim) 화 원칙이다.

구체적으로 장관급 기관이었던 정무1, 2장관실과 공보처 등을 없애고 총무처와 내무부를 합친 것 등이 이같은 취지다.

각부처에 분산돼 있는 통상교섭 기능을 외교통상부로 일원화하고 농수산 기본통계기능을 통계청으로 모은 것 등은 유사기능의 통폐합 차원이었다.

둘째는 중앙정부기능의 지방이관 또는 민간이양이다.

주로 주민생활과 밀접한 업무나 민간 경영방식의 도입이 필요한 사업부문은 2~3년안에 중앙정부에서 떼어내겠다는 것이다.

셋째는 국가경쟁력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부분은 오히려 강화됐다.

국민의 권리구제를 위한 행정심판위원회나 국민고충처리위원회는 인력이 보강됐다.

국민건강과 직결된 식품의약품안전청을 신설하고 동.식물 검역인력을 증원한 것도 같은 취지다.

이같은 기준에 따라 각 부처의 실 (室).국 (局) 등을 조정한 결과 남은 인원이 감축대상 1만7천6백12명이다.

이는 조직상의 정원이 그렇게 줄었다는 얘기다.

문제는 '그래서 정말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공직을 떠나느냐' 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정부조직개편과정에서는 정원이 감축되더라도 남는 인원을 그대로 두었다.

헌법에 보장된 '공무원의 신분보장' 조항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정말로 사람을 줄이겠다' 는 게 정개위와 새 정부의 방침이다.

더 큰 과제는 앞으로 새 정부가 6개월 이내에 추진하겠다고 밝힌 지방정부와 산하기관 등에 대한 정리작업이다.

지방공무원만 33만여명이고 산하기관은 5백52개에 39만여명이나 된다.

앞으로 이들에 대한 개혁작업은 대통령직속으로 신설되는 기획예산위원회에서 담당하게 된다.

지방정부와 산하단체의 경우 중앙공무원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방만하고 비효율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정개위는 당초 중앙은 8%수준, 지방은 12~13%수준으로 줄이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 나타난 중앙공무원 감축규모는 10.9%로 당초 복안보다 상당히 높아졌다.

따라서 지방공무원에 대한 이후의 감축은 10%대를 상당히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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