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부총리 "주택담보대출 연장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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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25일 은행장들과의 첫 오찬 간담회에서 주택담보 가계대출의 만기 연장을 강하게 주문했다.

李부총리는 이날 모두 발언에서 "최근 주택시장 상황이 다소 나빠지고 일부 채무자의 신용도가 떨어지면서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대출금 회수에 나설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두개 은행에서 자체 판단에 따라 대출금을 회수하기 시작하면 다른 은행들도 따라가서 결국 시장 시스템이 무너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李부총리는 "신용불량자 문제 외에 주택담보 대출 문제가 시장 불안요인으로 나타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2월 말 현재 152조원인 주택담보 대출 잔액 가운데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금액은 42조원에 이른다.

은행장들은 비공개 간담회에서 "현재도 기존 대출금의 만기를 연장해 주고 있으므로 연착륙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고 배석했던 김석동 재경부 금융정책국장이 전했다.

신용불량자 대책 문제도 이날 비중 있게 거론됐다. 李부총리는 "잠재적 신용불량자가 대출 문제로 신용불량자가 되지 않도록 적극 노력해 달라"면서 "은행이 운신의 폭을 좁히지 않도록 정부도 건전성 감독 수위를 높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대신 "절대로 면책을 유발하는 도덕적 해이가 생기지 않도록 선을 명확히 정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용불량자 대책이 중요한 만큼 부하 직원에게만 이 문제의 처리를 맡기지 말고 "행장이 직접 챙겨라"는 주문도 있었다.

李부총리는 "은행들이 일손이 부족한 중소기업에 청년 신용불량자들의 취업을 유도해 이들의 생활이 안정되고 채무도 갚을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 달라"고 말했다.

LG카드 처리에 대해서는 비판과 격려를 함께 던졌다. 李부총리는 "초기에 청산이냐 회생이냐의 판단이 모호해 시장에서 혼란이 커졌고 일부 은행은 자기 은행의 부담만 털면 된다는 생각을 했다"고 지적했다.

주거래은행이 제 역할을 못했다는 비판도 했다. 그는 "LG카드 문제가 해결돼야 다른 카드사 문제의 실마리가 풀리고 민생이 안정되며 신용불량자와 금융시장 불안정 문제를 해결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李부총리는 "금융시장이 무너지면 아무것도 의미가 없으며 신용 창출 기능을 하는 은행이 완충장치가 돼야 시장이 제대로 돌아간다"며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은행장들이 리더십을 발휘해 달라"고 했다.

한편 이날 모임에는 해외 출장을 이유로 불참한 로버트 팰런 외환은행장, 로버트 코헨 제일은행장, 최동수 조흥은행장을 제외한 17개 금융회사 최고경영자가 참석했다.

장세정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kimh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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