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두인식 ‘호화 천막 식사’가 어떻기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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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가장 잊지 못할 저녁 중 하나였다.”

 중동 6개국을 순방 중인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아부다비 사막 한복판에서 저녁 식사 대접을 받은 뒤 밝힌 소감이다. 아랍에미리트(UAE) 셰이크 모하메드 빈 자예드 알나하얀 왕세자의 초대로 이뤄진 이날 식사는 전통적인 베두인족 방식으로 이뤄졌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사막에 사는 유목민인 베두인족은 손님을 융숭하게 접대하는 걸로 유명하다. 천막 바깥에 불을 피우고, 불에 구운 고기와 생선에다 빵·밥 등을 곁들여 먹는 게 이들의 식사 문화. 식사 전엔 전통차를 먼저 권해 손님의 피로를 풀어준다. 식사 중엔 뛰어난 이야기꾼이 재담을 들려주는 관습이 전해 내려온다.

 이번에 부시 대통령이 초대된 저녁식사 장소에는 세 개의 천막이 세워졌다. 천막 밖에 커다란 불이 활활 타오르는 가운데 모래 위에 두꺼운 카펫이 깔리고 빨간색과 흰색이 섞인 화려한 쿠션과 방석이 놓였다. 식사 메뉴로는 꿀을 곁들인 빵, 구운 고기, 달콤한 디저트 등 전통식으로 조리한 음식이 풍성하게 차려졌다. 데이너 페리노 백악관 대변인은 14일 백악관 홈페이지에 올린 여행기에서 “돔(생선의 일종) 요리와 디저트로 나온 대추야자 열매가 가장 맛있었다”고 밝혔다.

 부시 대통령과 왕세자를 비롯해 UAE의 고위 관료, 백악관 참모 등 참석자들은 불 주위에서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누며 식사를 즐겼다고 페리노 대변인은 전했다. 그는 “마치 야외에서 바비큐를 해먹으며 즐기는 미국식 저녁 모임 같은 편안한 분위기였다”고 썼다.

 한편 UAE를 떠나 사우디아라비아에 머무르고 있는 부시 대통령은 15일 압둘라 국왕의 초대를 받아 150마리의 아랍 종마를 기르는 국왕의 목장을 방문해 하룻밤을 묵을 예정이다. 이는 수년 전 부시 대통령이 압둘라 국왕을 자신의 텍사스주 크로퍼드 목장에 초대했던 데 대한 답례 차원이다.

신예리·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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