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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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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1909년 미국의 기상국장은 제27대 윌리엄 태프트 대통령 취임식 날이 쾌청할 것이라고 예보했다. 하지만 당일 폭설이 내려 취임식은 엉망이 됐고, 기상국장은 오보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했다.

2001년엔 브라질의 유명한 기상 전문가가 망신을 당했다. 12월 31일 리우데자네이루의 코파카바나 해변에서 벌어질 제야(除夜)축제에 폭풍우가 몰아치고 우박이 쏟아진다고 예고한 것이다. 실제 날씨는 구름 한 점 없이 쾌청했다. 분노한 시장은 그를 검찰에 고발했다. 축제를 한산하게 만들어 시에 재정적 손실을 끼쳤다는 죄로.

날씨는 주식시장과 함께 예측이 가장 어려운 분야에 속한다. 이른바 ‘카오스(혼돈) 이론’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카오스 이론’은 명백한 예측 방정식이 있는데도 실제로는 중장기 예측이 불가능한 모든 분야에 적용된다. 그 핵심을 이루는 게 ‘나비 효과’다. 초기 조건이 미세하게 달라져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결과가 극적으로 달라지는 현상을 말한다. 79년 미국 MIT대학의 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츠가 발표한 논문에서 유래했다. 제목은 ‘예측 가능성:브라질에 있는 나비 한 마리의 날갯짓이 텍사스주에 토네이도를 일으키는가?’. 나비의 날갯짓은 공기의 흐름에 미세한 변화를 일으키고 그로부터 2주일쯤 지나면 지구상의 날씨 전체가 날갯짓이 없었을 때에 비해 결정적으로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수학적으로 보여주는 논문이었다.

하지만 나비 효과는 장기 예측을 가로막는 벽일 뿐이다. 카오스계(界)에서도 단기 예측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오늘날 기상 분야는 3일 뒤의 날씨를 거의 정확하게 예보하는 수준에 도달했다. 단 선진국에서 그렇다는 말이다. 한국 기상청은 하루 뒤의 날씨도 틀리는 바람에 ‘예보가 아니라 중계’를 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세종실록에 일식 예측이 1각(刻:15분) 틀렸다고 담당 관리가 곤장을 맞았다는 기록이 있다. 일식을 하늘의 경고로 보고 임금이 해를 향해 기도하며 자숙하는 구식례를 거행하는 시절이었다. 그러나 세종은 예보관의 잘못이 아니라고 보고 시스템 개선에 나섰다. 궁 내에 천문대인 간의대를 설치하고 혼천의, 앙부일구 등의 천체 관측기구를 만들게 했다. 또 이순지에게 명해 조선 고유의 역법체계인 ‘칠정산내외편’을 완성케 했다.

오보 사태를 놓고 장비 탓이냐, 사람 탓이냐 말이 많다. 하지만 탓에 앞서 세종 시절의 문제 해결 노력을 우리가 기울이고 있는지 자문해 봐야지 싶다.

조현욱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