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통운 핸들’ 셋 중 누가 쥘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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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올해 상반기 기업 최대 매물인 대한통운의 인수전이 3파전 양상을 띠고 있다. 입찰 시한이 16일로 다가온 가운데 업계에서는 금호아시아나·한진·현대중공업 중 한 곳이 인수자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강하게 나오고 있다. 법원은 18일 우선협상대상자를 정할 예정이다. 특별한 변수가 없으면 그곳이 실제 인수 기업이 된다.

국내 최대 물류업체인 대한통운의 자산은 1조5000억원에 달한다. 어느 기업이 인수하느냐에 따라 10위권 언저리 기업집단의 재계 판도가 바뀐다. 특히 종합물류회사로 성장하려는 항공업계 라이벌 금호아시아나와 한진은 진작 인수전에 뛰어들어 자존심 싸움을 벌여 왔다. 한진이 인수하면 금호아시아나가 2006년 말 대우건설을 인수하면서 가져간 재계 7위 자리를 되찾는다. 금호아시아나가 인수하면 한진을 따돌리고 6위 GS그룹까지 위협할 수 있다.

현대중공업은 대한통운 인수로 공장 시설과 선박 건조 등에 필요한 자재를 운반할 물류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인수가가 법원이 제시한 2조3000억여원에서 4조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자금력이 풍부한 현대중공업은 느긋한 표정이다. 금호와 한진은 항공사와 연계한 시너지를 가장 큰 효과로 내세운다.

15일 현재 대한통운 인수 의지를 확실히 한 곳은 이 세 회사에 농협을 더해 네 곳이다. 지난달 인수의향서를 법원에 낸 10개 기업 중 GS와 유진은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GS 측은 “인수가가 예상보다 높아질 경우 대한통운 인수의 시너지 효과가 그다지 크지 않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LS·CJ·STX·효성 등은 인수 의사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STX 등 일부가 연합해 인수제안서를 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 막판 변수가 될 수 있다.

입찰에 참여하는 업체들은 적정 인수 가격을 3조5000억원 안쪽으로 본다. 금호와 한진 관계자들은 “3조5000억원 이상이 되면 (자금 압박으로) 그룹 내 다른 사업이 흔들릴 수 있다”고 부담감을 내비쳤다.

법원은 우선협상자를 선정하면서 일반입찰보다 가격 외적인 요소(인수 사업계획, 고용 승계 등)를 많이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대개 가격 요인을 70% 정도 고려했지만 이번에는 60% 정도로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인수 후 대한통운에 대한 유상감자를 1년간 금지했다. 인수 비용을 급히 조달해 인수에 성공한 뒤 곧바로 유상감자해 인수 비용을 회수하는 일을 차단하려는 뜻이다.

대한통운은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냈다. 매출 1조6100억원에 영업이익 880억원이다. 채무는 3800억원 정도인데 비해 소유 부동산의 실제 가치가 2조원에 달한다.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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