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동차 연내 미국 진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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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북미국제오토쇼에 선보인 중국 창펑자동차의 신차 ‘키린’. [디트로이트 AFP=연합뉴스]

14일(현지시간)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북미국제오토쇼에서 단연 관심을 끈 건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었다. 이날 창펑(長豊)자동차의 발표회에는 수백 명의 기자들이 몰려 뜨거운 취재열기를 보여줬다. 이 자리에서 리지엔시엔 사장은 “내년 미국 시장에 진출할 것”이라며 수출 계획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중국산 자동차가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 공략의 시동을 걸었다. 지금까지 미국에 수출된 중국산 차는 없었다. 하지만 이번 모터쇼에는 5개 중국 업체가 문을 두드렸다. 2006년과 지난해엔 한 업체씩만 참가했던 것과 대조된다.

선두주자는 올해 중반 미국 판매를 선언한 중싱(中興)자동차다. 이 회사는 자체 판매망을 갖추는 대신 미국 딜러를 통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랜드 마크’와 픽업트럭 ‘그랜드 타이거’를 판매할 예정이다. 모터쇼 행사장 통로에 있는 작은 전시장에서 만난 딜러는 “SUV 모델의 예상 가격이 1만3000달러 정도”라고 소개했다. 동급 모델인 현대차 투싼(1만7235달러)보다 20% 이상 싼 것이다.

창펑자동차의 주력 모델도 SUV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는 새로운 SUV ‘리에바오 CS 7’을 이날 선보였다. 리지엔시엔 사장은 “가격과 연비는 물론 품질과 안전성에서도 뒤지지 않기 때문에 미국 시장에서도 충분히 자신있다”고 강조했다.

중국 최대 자동차 업체인 지리(吉利)자동차도 발표회를 열고 “미국 수출용 차를 생산하기 위해 멕시코에 공장을 지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확한 시기는 밝히지 않았지만 준중형급 세단인 ‘CK’를 1만 달러 이하에 판매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전기차를 개발하는 BYD와 리시광밍 자동차 디자인회사도 모터쇼에 참가했다.

아직은 중국산 차의 미국 진출에 회의적 시각이 많다. 로이터 등 외신들은 “중국산 차들이 미국의 안전 규제와 배출가스 기준, 소비자의 눈높이를 맞추려면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지적했다. 품질 경쟁력을 갖추려면 5년 이상 걸린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20% 이상 싼 가격은 분명 매력적인 요소다. 지난해 AP통신과 AOL 여론조사에서 ‘중국산 차 구매를 고려하겠다’는 응답은 49%에 달했다.

 
디트로이트=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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