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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대입정시논술분석] 고난도 심화학습·교과 통합 사고 길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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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고려대와 연세대가, 11일 서울대가 2008학년도 대입 정시모집 논술고사를 치렀다. 이들 대학의 논술 문제는 지난해 모의논술이나 기출 유형과 비교해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많았다. 2009학년도 대입 논술의 학습방향을 살피기 위해 이번 고려대·연세대·서울대의 정시 논술고사 문제를 분석해 본다. 입시 전문가들은 앞으로 서울 상위권 대학으로 진학을 희망하는 예비 수험생들은 평소에 ▶주요 과목에 대한 고난도 심화학습 교과 영역 전이에 대비한 통합적 사고력 ▶답안 작성 시간 단축 훈련 등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고려대

[인문]◆“사회적 특성 감안해 주제 파악해야”=문제 형식은 지난해 모의 논술고사와 수시 2학기 논술고사와 같았다. 교과 간 통합도 언어와 사회에 국한돼 난이도가 그리 높지 않았다. 요약하기 문제인 논제1은 독해력을 묻는 고려대의 논술 기조를 유지했다. 논제2는 서로 다른 두 제시문의 대비를 요구해 변화를 보였다. 특히 논제3은 도표 설명, 의미 해석, 대응 방안 등 종합적 사고력을 요구해 난이도가 가장 높았다.

 ‘신뢰의 유형과 역할’을 주제로 한 총 4개의 제시문은 인문학과 사회과학을 아우르는 글 2편, 시 1편, 도표로 구성됐다. 내용은 평이했지만 주제의 평면적 의미만 읽어서는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를테면 신뢰의 문제를 ‘두터운’ 신뢰만 집중해 생각할 것이 아니라 사회적 특성과 맞물려 변화하는 역동적 양상을 인식해야 한다는 말이다.

 수험생은 논제와 제시문을 분석할 때 설명형 글쓰기와 논증형 글쓰기의 유형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또 사회현상으로 시를 해설하라는 논제2의 요구처럼 각기 다른 영역의 특정 사안을 같은 주제 안에서 호환하는 유연한 사고력이 필요했다.

 

임상욱 이투스 알리앙스 통합논술 강사
 
[자연]◆“교과지식과 제시문 주제 통합해야”=지난 수시 2학기 시험과 마찬가지로 수리와 과학 교과 통합형으로 출제됐다. 난이도는 과학 분야의 경우 과학I에 국한돼 평이했으나 수리는 수학Ⅱ에 집중돼 다소 높았다.

 논제1은 탄수화물의 분해과정을 묻는다. 또 바이오에탄올을 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이유를 에너지 보존법칙과 화학반응에 기초해 설명하는 문제다. 논제2는 혈액형들 사이에서 소량 수혈이 가능한 이유와 불가능한 이유를, 사람에게 Rh 응집소가 생성되는 상황을 각각 설명토록 요구했다.

 논제3은 ▶힘의 방향과 크기 ▶도선이 회로를 통과하는 동안 세 전구의 밝기 변화 ▶세 전구의 방출 에너지의 합 등을 주문했다. 응시생은 교과 지식과 제시문의 주제들을 통합해 답안에 담아내야 한다. 논제4는 제시문 속 두 식의 성립 가능성을, 논제5는 대우를 이용해 제시문의 타당성을 각각 입증토록 요구했다. 수험생은 ▶기하학적 구조에서 적분 개념을 도출하고 ▶주어진 명제의 대우를 기술하고 ▶공간 벡터의 내적을 성분으로 표현해야 하며 각 성분이 정수인 벡터의 내적이 정수임을 이해하고 ▶자연수의 약수와 배수 관계를 활용해 ▶최대공약수 개념을 이해·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서원 이투스 알리앙스 통합논술 강사

연세대

[인문]◆“논지 파악과 조건 충족이 관건”=자연계가 더 어려웠던 고려대와 달리 연세대는 인문계가 더 까다로웠다. ‘민족의 정체성’을 주제로 한 제시문 4개와 민족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들을 제시했다. 주제는 고교 사회, 윤리 과목의 ‘민족과 민족주의’ 내용을 담았다.

 문제는 ▶정치적 이념과 계급적 이해관계가 민족의 정체성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 ▶근원/상황/역사문화주의 중 하나를 택해 한국 민족의 정체성 논하기 ▶설문통계자료(표) 분석을 통해 민족의식의 개념 해석하기 등 모두 3개다. 인문사회 분야의 텍스트와 수리통계 자료(표)를 연결한 연세대식 ‘다면 사고형’ 논술의 전형이다.

 근원주의 등 생소한 용어들이 많았으며, 각 관점의 특징과 논점을 엮어 논술하는 방식이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또 논제가 여러 조건과 요구를 포함하는 답안을 주문해 쉽지 않았다. 특히 표를 해석하는 마지막 문제는 더 까다로웠다.

 관건은 논지 이해에 달렸다. 논지만 제대로 이해하면 용어와 제시문의 의도가 파악돼 답안 구성이 그리 어렵지는 않았을 것이다. 기본적인 수리통계 분석을 인문사회 지식으로 풀어내면서 다각적인 사고를 보여줬으면 좋은 평가를 기대할 수 있다.

 
[자연]◆“시사 이슈 연계한 수리·과학적 통찰 필요”=각 문제는 2~3개의 소문항으로 구성돼 수시2학기 논술과 비슷했다. 그러나 기본 개념만으론 접근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해양 원유 유출 사고를 다룬 문제 1번은 수리형 논술로 유출 원유의 이동방향을 수학적 모델로 설명하고, 방제작업을 위한 자원 봉사자 수를 어떻게 투입해야 하는지 물었다. 또 해변에 쌓일 원유의 총량 변화를 예측하는 데 함수·수열·적분 등의 원리를 활용해야 했다. 문제 1-2와 1-3이 특히 어려웠다.

 문제 2는 물리와 지구과학을 접목해 지구 내부와 공전 궤도 변화에 의한 지구환경의 변화를 예측하도록 했다.▶외핵의 대류현상과 철의 녹는점 변화에 따른 지구 자기장의 변화를 설명하기 ▶태양의 복사에너지를 거리별로 비교해 지구의 기후변화와 함께 설명하기 등을 요구했다. 마지막 문제는 화학과 생물의 통합형으로 물과 단백질의 성질과 체온 유지를 다뤘다. 소문항으론 ▶분자 결합과 입체 구조에 기초해 체온 변화에 따른 효소의 특성을 생물학적 현상에 응용하기 ▶일사병 치료제의 작용원리와 화학적 특성 유추하기(문제3-2) 등을 물었다. 문제3-2는 체감 난이도가 높았을 것이다.

 

오종운 청솔학원 평가연구소 소장

서울대

[인문]◆“논제의 세밀한 요구 찾아내야”=친숙한 주제와 평이한 제시문으로 교과 과정과 더 가까워지긴 했으나 제시문의 영역이 다양해졌고 소논제는 단계적으로 심화됐다. 간단치 않은 논제를 순서에 따라 논리적으로 전개해야 하므로 수험생들은 어렵게 느꼈을 것이다.

 문항 1과 2는 사회 교과 간 통합을 유도했고, 문항 3은 사회과학 지표와 통계를 주고 수학적 개념과 원리를 접목해 사회현상를 설명하라고 물었다. 각 문항의 논제 1, 2는 제시문과 교과 기본개념을 숙지했다면 상대적으로 쉽게 풀 수 있다. 논제 3은 제시문의 철저한 독해와 영역을 넘나드는 사고력을 주문했다.

동성동본금혼규정의 불합리성을 묻는 문항 1은 최근 호적이 폐지되고 가족관계증명서 제도로 바뀐 것을 알았다면 도움이 됐을 것이다.

 문항 3은 행복과 소득의 관계에서 심리적 요소가 미치는 영향을 이해해야 풀 수 있다. 우선 로그함수의 특성을 통해 행복도와 소득의 관계를 이해해야 한다. 국민만족도지수 그래프를 보고 고소득자가 평균 만족도에 기여하는 바가 적다는 것을 파악해야 한다. 또 소득분포가 다른 세 나라의 모델을 분석하고 국가별 정책을 고려해야 한다.

 
[자연]◆“제시문 적극 활용하고 교과 통합적 사고해야”=올해 처음 실시한 자연계 논술의 소재(온실효과와 온난화, 생물의 에너지 발생, 혈압과 순환계, 미적분학의 평균값의 원리)는 친숙한 것들이다. 특히 문항당 5개 안팎의 많은 논제를 줘 시간 안배가 힘들었을 것이다. 문항마다 논제 1과 2는 교과 기본개념을 숙지했다면 비교적 쉬웠을 것이다. 반면 논제 3부터의 문제는 제시문의 철저한 이해와 교과영역을 통합하는 심도 깊은 사고를 요구했다.

 각 논제들은 제시문을 최대한 활용토록 했다. 제시문의 수리적·과학적 원리를 재구성해 논제에 적용하고, 논리적·통합적으로 추론할 수 있는지를 평가했다. 따라서 제시문을 문제 해결의 길잡이로 삼아 답안을 작성해야 한다. 제시문 자료를 바탕으로 요구 사항에 따라 도표·그림· 수식 등을 적절히 활용할 일이다.

 제시문이 생물·물리·화학 내용을 모두 담고 있으므로 통합적 사고력을 발휘해야 한다. 가령 문항 2는 ‘체지방’이란 일상의 소재를 예로 들어 다양한 과학적 요소들을 활용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물었다. 따라서 ▶아르키메데스의 원리를 체지방 측정에 적용하는 응용력 ▶인체의 복잡한 시스템을 회로로 단순화하면서 다른 시스템과 비교·설명하는 영역 통합적 사고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강신창 유웨이중앙교육 논술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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