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형숙의좋은엄마되기] 초등생 딸 멋만 부려 걱정입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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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초등학교 6학년 딸이 공부에는 관심이 없고 멋만 부려 걱정입니다.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면서 좋아하는 연예인들의 패션과 헤어스타일 모방하는 걸 즐기고 가끔은 화장도 하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얌전했던 딸이라서 더 당황스럽습니다. 멋만 부리는 딸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박지영·41·경기 고양시 일산구)

A : 꼭 공부만 해야 하나요? 지난해 ‘자랑스러운 한국인’ 대상을 탄 디자이너 앙드레 김, 가수 박진영, 배우 전도연 등은 공부보단 다른 재주가 더 뛰어난 분들입니다.

요새는 자기만의 특성을 키우는 게 중요한 시대 아닌가요? 아직 피부가 연약해 화장을 적극 권할 건 아니지만 모방행위라고 좋게 봐주세요. 모방은 창조의 원천이니까요. 사실 아무 것에도 관심 없는 아이보단 멋을 낼 줄 아는 아이가 고마운 겁니다.

제 아들은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때 학교 부적응아였어요. 그래도 그리 낙담하지 않았습니다. 제게 주어진 것 가운데 좋은 점을 찾다 보니 초조해 하지 않고 여유가 생기더라고요. 왜 아들은 제 누나처럼 학교에 잘 다니지 못할까, 왜 다른 아이처럼 적응하지 못할까 고민하기보단 딸이라도 학교에 잘 다니니 다행이다, 아들만 살피면 된다, 또 얜 다르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그러면서 아이가 건강하게 곁에 있다는 걸 고마워했죠.

 시간이 가면서 아들은 차차 학교 생활에 적응했습니다. 씩씩하게 운동장을 뛰어다녔고요. 그런 아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운동도 잘하지만 공부도 잘하네.” 이왕 노는 것 잘한다고 칭찬하며 지켜봤어요. 자신감에 넘쳐 신나게 놀던 아이는 5학년 때부터 공부에서도 앞서보자는 욕심이 생겼는지 노력하대요. 어쩌면 축구·야구를 즐기는 동안 아이는 자기 방식대로 세계를 이해하게 됐던 거 같아요. 그래서 제가 얻은 결론이 뭐든 열심히 하면 다 공부의 바탕이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멋 내기 좋을 때, 한창 예쁠 때라 인정하고 화장하는 아이를 전폭적으로 지원해 주세요. 그리고 “네가 원하는 멋 내기를 더 잘하기 위해 공부도 필요하다”고 일러 주세요. 뭐든 푹 빠져서 고수가 되면 결국엔 그걸 빛내기 위해 뭔가를 하게 됩니다. 과정도 좋고 결과도 좋아집니다.

서형숙 엄마학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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