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제의攻勢에 맞대응-평양축전 이산가족참여 제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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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덕(金悳)통일부총리가 3일 내놓은 남북 고위당국자 회담 제의는 거듭되는 북한의 통일전선 전략에 대한 맞불 작전으로 풀이된다.연초부터 시작된 평양의 대민족회의.남북정당회담등의 대남(對南) 교란 전략을 이같은 종합적인 제의를 통해 봉쇄하자는 것이다. 정부가 이날 내놓은 제의 내용은 세가지로 압축된다.우선고위 당국자 회담을 전제로 ▲이산가족들의 평양국제체육문화축전 참가와 ▲남북언론인 상호방문취재▲판문점을 통한 기업인 방북(訪北)허용을 北측에 촉구하고 있다.또 남북 이산가족간 생활물자 교환및 판문점을 통한 경협 물자 수송등을 언급하고 있다.
이번 제의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北이 허용하면 평양 축전에이산가족을 참관시키겠다는 대목이다.정부는 그동안 북한이 주관하는 평양 축전을 김정일(金正日)권력 승계를 위한 정치행사로 판단,외면해 왔는데 이번에는 이를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장(場)으로 활용하자고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다.
따라서 만일 북한이 이를 수용할 경우 이산가족은 지난 85년이래 10년만에 공식 채널을 통해 상봉이 이뤄지게 된다.
또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남북 언론인 상호방문도 관심이 가는내용이다.
북한 전문가들은 그러나 북한이 남측 제의에 긍정적으로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하고 있다.
현재 평양의 최대 관심사는 내부 체제안정과 對美,對日 관계 개선이지 남북대화에는 별다른 필요성을 못느끼고 있기때문이다.오히려 北은 남북대화를 공회전시켜 남한 당국을 초조하고 화나게 만들려는 전략을 쓰고있다.
북한은 지난해 7월 김일성(金日成) 사망이래 줄곧 조문 파동사과.보안법 철폐등 무리한 전제조건을 내세워 남북대화를 거부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향후 남북관계는 대화 책임을 서로 떠넘기기위한 소모적인 성명전(聲明戰)위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의 이번 발표는 평양은 물론 워싱턴도 염두에 둔 흔적이 엿보인다.한국과 미국은 지난해 10.21 제네바 합의에따라 남북대화가 北-美관계 개선의 필수 요건이라고 수차례 밝혀왔다.그러나 지금까지 남북대화가 어떤 내용물을 포함해야하 는 것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혀진바 없다.
따라서 정부는 이번 제의를 통해 『실질적인 남북대화는 최소한이 정도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고 워싱턴에 간접적인 압력을 넣은 셈이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제의는 3월께 이뤄질 남북대화 수준에대한하나의 기준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金부총리의 제의에 대해 학계일부에서는 무시해버려도 좋을북한의 대남 교란 제의를 이런식으로 맞받아치기를 하는 것은 남북관계에 도움이 안된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이번 제의를 자세히 뜯어보면 제의 초점이 구체적인 실천보다는 대북 공세에 맞춰져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그러나 金부총리는 이같은 비판에 대해 구애받지 않겠다는 표정이다. 그는 북한이 이번 제의에 호응해 올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이번 제의는 북한체제가 받아들이기에 전혀 무리가없는 내용』이라며 『北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일 것으로 예단(豫斷)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崔源起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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