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색한 근혜씨 … 이재오와는 끝까지 악수 안 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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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당선인이 11일 서울 통의동 집무실에서 4개국에 파견할 특사단 대표들과 만났다. 왼쪽부터 중국 특사 박근혜 전 대표, 이 당선인, 러시아 특사 이재오 의원. [사진공동취재단]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11일 오후 3시부터 서울 통의동 당선인 집무실에서 40분간 만났다. 이 당선인이 4개국에 파견할 특사단장들을 불러 각국에 보낼 친서를 전달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중국 특사단장인 박 전 대표와 정몽준(미국) 의원, 이상득(일본) 국회 부의장, 이재오(러시아) 의원이 참석했다.

 박 전 대표는 최근 이 당선인 측의 국무총리직 제안을 거절하고 당에 있겠다고 말했다. 전날(10일)에는 “공천을 과거로 돌린다면 좌시하지 않겠다”고 이 당선인 측을 향해 날을 세웠다. 그래서 이날 만남에 당 안팎의 시선이 집중됐다.

 약속된 시간에 이 당선인이 도착하자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던 박 전 대표는 한 발짝 떨어진 곳에 섰다. 주변에서 “붙어 서세요”라고 말하자 그제야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당선인이 “저는 (사진 찍을 때) ‘김치’하면 눈이 감겨서 안 된다”며 농담을 건넸지만 박 전 대표는 웃지 않았다. 말도 별로 하지 않았다. 이 당선인과 주고받은 대화는 두어 차례에 불과했다.

 ▶이 당선인=“왕이 (중국 외교부)부부장을 만나본 적 있는지….”

 ▶박 전 대표=“못 만나봤다.”

 ▶이 당선인=“중국의 중요성 때문에 비중 있는 박 전 대표를 특별히 특사로 보낸다.”

 ▶박 전 대표=“출국 전에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잘 파악하고 다녀오겠다.”

 이 당선인은 “왕이 부부장과 14일 오찬을 함께하도록 돼 있다”는 측근의 보고를 받고는 “그때 다시 뵙겠다. 점심을 같이 하자”고 제안했다. 박 전 대표는 “그러겠다”고 답했다.

 박 전 대표는 회동 후 엘리베이터까지 배웅 나온 이재오 의원과 악수를 하지 않았다. 이 당선인 측 관계자는 “박 전 대표가 굳은 표정을 지었지만 접견은 무난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고 말했다.

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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