꼿꼿한 장수씨 고개 숙여 악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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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당선인이 11일 김장수 국방부 장관의 영접을 받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며칠 전 6사단에 갔는데 장병들 표정이 밝더군요.”

“그때 하신 (전역 후 취업 걱정 말라는)말씀을 듣고 장병들 사기가 매우 올라갔습니다.”

11일 국방부를 찾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 김장수 국방부 장관 사이에는 시종 화기애애한 대화가 오갔다. 이 당선인이 당선 이후 정부 부처를 찾기는 이날 국방부가 처음이다. 이 때문에 국방부 관계자들은 들떠 있었다. 김 장관도 이 당선인을 반기는 모습이 역력했다. 국방부는 보수정권의 출범으로 국방 분야에 힘이 실릴 것을 기대하고 있다. 김 장관은 오전 9시55분 이 당선인이 도착하자 절도 있는 자세로 고개를 숙여 눈길을 끌었다. 그는 지난해 남북 정상회담 때 고개를 숙이지 않은 채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악수해 ‘꼿꼿장수’라는 별명과 함께 대중적 인기를 얻었다.

국방부의 환영에 이 당선인도 덕담으로 화답했다. 그는 “15일 한미연합사령부에 가기 전 먼저 김 장관과 3군과 얘기하는 게 순서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김 장관도 곧바로 “(국방부에)먼저 오셨으면 하는 소망이 있었다”고 대답했다. 최근 김 장관과 관련해서는 새 정부 조각에서 유임될 것이라는 하마평이 나오고 있다. 이날 이 당선인은 국방부 전시실부터 들러 방명록에 ‘국민은 여러분을 신뢰하고 사랑합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이어 장관실로 올라가 현안을 보고받은 뒤 지하 2층 군사지휘본부를 둘러보고 근무자들을 격려했다.

다음은 현안 보고에 앞서 이 당선인과 김 장관이 나눈 주요 대화.

▶김장수 장관=“(대통령 당선인이)취임 전에 국방부에 온 적이 없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취임 전에 국방부 들르는 게 현직 대통령에게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청와대에) 양해를 구했다.”

▶김=“(문재인)비서실장에게 들었다.”

▶이=“지난번에 북한 다녀오면서 (군의 자존심을 지키느라)고생 많았다. (김정일 국방위원장과)키 차이가 많이 나던데….”

▶김=“(김 위원장에게 고개를 숙이지 않은 건)다른 장관이 갔어도 똑같이 했을 거다.”

▶이=“(키가 커)미국에 가도 되겠다.”

▶김=“게이츠 국방장관을 세 번 만났는데 (나보다)훨씬 작다. (웃으며)키로 보면 내가 미국 사람 같다.”(김 장관의 키는 1m80㎝)

▶이=“한국은 유일한 분단국가다. 국방과 안보를 중요시하지 않을 수 없다. 국방을 튼튼히 한다고 남북 화해를 소홀히 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에선 안보의식 강화가 남북 관계 경색을 부른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

 ▶김=“군도 그렇게 생각한다.”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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