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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 떨어진 물건도 안 집어가는 청도군이었는데…선거 죄인 저희들 사죄합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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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청도 군민 300여 명이 10일 오후 청도읍사무소 앞에서 군민 화합 촛불 기원제를 열고 있다. 청도 군의회와 문화원·이장연합회·여성단체협 의회를 비롯한 10개 사회단체 대표는 이날 “청도를 살려 주십시오”라는 호소문을 냈다. [사진=프리랜서 공정식]

“(경북 청도)군민 모두 말할 수 없는 큰 슬픔과 고개를 들 수 없는 부끄러움에 죄인이 되어 사죄합니다.”

청도 군의회와 문화원·이장연합회·여성단체협의회·새마을부녀회·농업경영인회 등 10개 사회단체 대표가 10일 호소문을 냈다. 청도에선 지난해 12월 19일 치러진 군수 재선거 이후 경찰의 불법선거운동 수사 도중 주민 2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5명이 구속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이들은 호소문에서 “청도는 길에 떨어져 있는 물건도 주워가지 않는다는 도불습유(道不拾遺)의 아름다운 고장”이라며 “소박하게 살아가던 사람들이 갑자기 죄인이 되고 저승길로 떠난 사실에 군민 모두가 말할 수 없는 슬픔과 부끄러움에 빠져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3년간 군수 선거와 관련해 많은 사건을 일으킨 청도가 이제는 전국적 뉴스거리로 등장하면서 객지에 나간 자식들마저 고향을 지키는 부모를 원망하고 있다”며 “군민이 더 이상 수치의 나락에 빠지지 않고 자존심을 찾을 수 있게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청도 군민 300여 명은 이날 오후 청도읍사무소에서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자”며 화합 촛불 기원제를 열었다.

◆ 해마다 군수 선거로 얼룩=청도는 2005년부터 해마다 군수 선거를 치르고 있다. 김상순(민선 1~3대) 전 군수가 2004년 선거법 위반 등으로 구속돼 중도 하차했다. 이후 재선거로 당선된 이원동 전 군수는 2006년 5·31 지방선거 때 재선에 성공했으나 선거법 위반으로 낙마했다. 정한태 군수는 지난해 12월 19일 재선거에서 당선됐다.

그러나 정 군수도 부정선거 의혹을 벗지 못하고 있다. 목숨을 끊은 주민 2명과 구속된 5명, 수배된 자금책 1명이 모두 정 군수 측 운동원들이다.

 경북경찰청은 10일 정 군수의 선거운동원 박모(48)씨 등 9명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들은 정 군수 측 읍 책임자 예모(61·구속)씨로부터 300만~400만원씩 총 3500여만원을 받아 일부는 자신의 활동비로 쓰고 나머지는 주민 94명에게 5만~10만원씩 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정 군수는 이날 오후 대구시 모 백화점에서 청도 농특산물 판매 활동을 벌였다. 정 군수는 ‘책임 지고 사퇴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수사에 영향을 주고 두 분이 고인이 된 데다 구속자가 있어 노코멘트하겠다. 내가 한마디 하면 또 군민들이 편이 나뉘어 찢어질 수 있다”고 답했다.

군의회 박권현(52) 의장과 청도 출신 박순열·이준호 경북도의원은 이날 오후 송강호 경북경찰청장을 방문해 호소문을 전달했다. 다음은 박 의장과의 일문일답.

-호소문을 낸 배경은.

“경찰에는 일반 주민의 잘못에 대해 선처를 호소하고, 언론에는 주민들이 걱정을 덜 할 수 있게 도와달라는 뜻이다.”

-호소문 작성을 누가 제의했나.

“내가 먼저 제의했다. 문안도 내가 만들어서 군·도의원 등 모두에게 보여주고 동의를 얻었다.”

-송강호 경북경찰청장을 면담했는데.

“송 경북청장은 ‘주민 뜻을 알겠다’ ‘앞으로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는 말을 했다.”
-구속·사망자가 모두 정한태 군수의 선거운동원인데, 왜 정 군수에 대한 언급은 없나.

“주민들 사이에서 군수가 책임져야 한다는 얘기도 나오지만 그 부분은 저희들이 얘기할 것이 아니다.”

-철저한 수사로 진상을 규명 해 재발을 막아야 하는 것 아닌가.

“청도군 전체가 초상집 분위기다. 수사 방향에 대한 얘기는 곤란하다. 군민 사기를 올릴 수 있도록 도와달라.”

글=황선윤 기자 , 사진=프리랜서 공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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