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걱정스러운 檢.警갈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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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최근 몇달새 검찰과 경찰은 수사권독립을 둘러싼 해묵은 갈등이다시 도졌다는 인상을 받을 정도로 심한 대립양상을 보여주고 있다.지난해 유전자 자료은행을 대검(大檢)에 둘 것이냐,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둘 것이냐로 발단된 검경(檢警)대립 은 검찰총장의「수사경찰 법무부편입」발언으로 심화되고,최근 한달동안엔 예년평균의 5배에 달하는 20명의 일선경찰관이 비리나 인권침해로 구속됨으로써 한껏 증폭됐다.현재 말썽이 되고 있는 검사의 경찰관폭행시비도 이런 배경 때문에 큰 문제로 확대된 것이다.
우리로선 검찰과 경찰이 의견대립을 보여온 개별사안에 대한 시시비비에 앞서 두 기관의 대립이 갈수록 감정대립쪽으로 흘러가고있는 것이 개탄스럽다.국민은 범죄의 공포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갈수록 흉포화.지능화하고 있는 범죄에 대 비해 손발을 맞춰도 힘이 부칠 검.경이 감정의 골을 깊게 하고 있으니 걱정스럽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새로운 시대변화에 따라 수사권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는 진지하게 논의해볼만한 과제다.그러나 이 문제는 검찰과 경찰이 개별적인 사안을 놓고 밀고 당기기를 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총선거나 대선(大選)때 정책으로 제시해 국민 의 의사를 물어 결정해야할 정도의 중대사안이다.따라서 현 시점에서 수사권문제가 저류가 되어 검.경이 사사건건 대립양상을 보이는 것은 옳지 않다.
25일 대통령이 밝힌 세계화과제 속에는 법질서의 확립도 들어있다.이런 판에 법질서의 집행자인 검찰과 경찰이 해묵은 갈등을재연(再燃)시켜 일마다 대립하고 있다면 어떻게 정부의 체통이 서겠는가.
검.경의 대립은 고위 당국자 수준에서 서둘러 수습해야 한다.
일선에서 시시비비를 가리게 하는 것은 끝이 없는 논쟁이 될 뿐이다.국민이 원하는 것은 검.경 모두 새로운 모습으로 환골탈태(換骨奪胎)하는 것이다.검찰이나 경찰이나 범죄예방 과 인권보호.사회정의구현에 과연 얼마나 기여했는가.이런데 대한 국민의 눈초리가 따가운 판에 반성과 환골탈태의 노력은커녕 감정대립만 하고 있으니 어처구니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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