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벼락치기 안 됩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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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강만수 경제1분과 간사가 민간·국책연구원 소속 연구원들로부터 ‘특별 과외’를 받았다. 5~7일 사흘간 서울 삼청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머리를 맞댔다. 이명박 당선인이 내세운 ‘7% 성장’과 ‘고용 창출’ 공약을 풀 방안을 찾기 위해서다. 과외 선생님으로 초청한 인사는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수석연구원, LG경제연구원 오문석 상무, SK경제경영연구소 왕윤종 상무, 한국경제연구원 허찬국 박사, 한국개발연구원(KDI) 임경묵 박사 등 5명이다. 거시경제 분야에 식견이 넓고 금융·외환시장에도 밝은 경제 전문가들이다. 인수위 쪽에서 장수만 전문위원이 배석했다. 과외는 오후 6시부터 매일 2∼3시간씩 진행됐다. 여러 아이디어가 자유롭게 제시됐고 일부 경제정책안을 놓고 격론을 벌이기도 했다.

연구원들은 이 자리에서 하나같이 “국민은 이명박 정부에 단기적인 경제 성과를 원하는 게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그러면서 “집권 5년간의 ‘종합 경제 성적표’를 잘 받겠다는 자세로 경제 정책을 펼 것”을 주문했다. 경제정책의 큰 줄기로 규제 완화와 개방 확대를 제시했다.

권순우 수석연구원은 “교육·의료·관광·법률 등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생산적 서비스업종’을 집중적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허찬국 박사는 “몇몇 참석자들은 한반도 대운하를 관광 코스로 활용할 수 있게 하거나 제주도 ‘영어타운’을 확대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연구원들은 성장의 기반을 닦으려면 우선 경제 정책의 우선 순위를 명확히 정하라고 주문했다.

왕윤종 상무는 “경제 안팎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성장과 고용 창출, 경상 수지 흑자 유지 등 ‘모든 토끼’를 한꺼번에 다 잡기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잠재성장률 확충 등에 역량을 모으고 물가 등 다른 문제들은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어적 전략’을 펴라는 얘기도 했다”고 말했다. 조급증도 버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정부가 1년 단위의 단기적인 경제 성과에 매달리면 자칫 경기 부양책만 남발할 수 있고 후유증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권순우 수석연구원은 “성장의 관건인 기업 투자를 늘리면 수입도 급증할 수 있지만 결국은 고용 확대와 수출 증대로 이어지는 만큼 경상수지 흑자 등 숫자에 너무 연연해할 필요는 없다”고 주문했다. 오문석 상무는 “특히 재정 정책을 통한 경기 부양은 물가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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