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감 10만점 모으다 밀수업자 오해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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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파주시 헤이리 예술마을에 완구박물관을 세운 소재규씨. 20년 이상 모아온 10만여 점의 장난감으로 어린이들이 꿈을 키울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사진=최승식 기자]

 “아름다운 꿈과 따뜻한 사랑이 없으면 장난감 사업은 할 수가 없습니다.”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 예술마을에 최근 완구박물관인 ‘한립토이박물관’을 개관한 중소기업인 소재규(62) 대표의 말이다. 그는 사재 50억원을 털어 지하 1층·지상 3층·연면적 2000㎡ 규모의 국내 첫 완구박물관을 세웠다. 1974년 서울 신림동에서 중소 교육용 완구 제조업체인 ‘한립토이스’를 창업해 34년 동안 ‘장난감 인생’을 살아온 인물이다.

 소 대표는 “동서양의 갖가지 장난감을 한자리에 모아 어린이들이 즐기면서 각국 문화를 배울 수 있게 해주고 싶었다”며 “이젠 우리나라에도 학습의 공간이자 장난감 역사를 보존하는 이런 박물관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장난감 박물관과 전시문화를 키워야 아이들의 꿈이 더욱 예뻐지고 우리 나라 완구산업의 수준도 한 단계 뛸 것으로 기대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박물관을 세우는 데 그치지 않고 꾸준히 투자하고 꾸밀 것”이라며 “30년쯤 지난 뒤 지금 한 살인 내 손녀가 이 박물관 관장을 맡았을 때 역사와 전통이 쌓여 세계적 명소가 됐으면 하는 소망”이라고 말했다.

 소 대표가 완구박물관 조성의 꿈을 키우기 시작한 것은 23년 전인 1985년이다. 도시마다 크고 작은 장난감 박물관이 있는 일본·독일·미국 등 외국과 달리 변변찮은 전시장조차 없는 한국의 현실이 안타까워서였다.

 그 때부터 희귀 장난감이 있다는 말만 들으면 전국을 돌아다니며 하나 둘 사모았다. 해외출장 때면 의례 장난감 시장에 들러 가득 싸들고왔다. 공항 세관에서 밀수업자로 오인받아 어려움을 겪기도 했을 정도다. 이렇게 모은 장난감이 10만 점에 이른다. 10만 점을 한꺼번에 다 선보일 수 없어 현재 박물관 내에 2000여 점만 전시하고 있다.

 2층과 3층엔 전통 놀이기구부터 현대 제품에 이르는 한국의 장난감뿐만 아니라 일본·미국·독일·프랑스·이탈리아·중국·몽골 등 7개국의 자동차·로봇·비행기 장난감·인형을 전시했다. 앞으로 분기별로 주제를 정해 기획전시를 하는 한편 상설전시장의 장난감 수도 늘려나갈 계획이다.

 지하 1층엔 장난감 마을인 ‘스토리 랜드’를 세웠다. 경찰서·시장·병원· 방송국·미용실 등 다양한 시설이 마련돼 아이들이 장난감을 이용해 갖가지 역할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전시를 넘어 꿈의 공간으로 활용 하겠다는 것이다. 

글=전익진 기자 , 사진=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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