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프라이머리 1위 매케인 “나도 컴백키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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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햄프셔주의 공화당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1위를 한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8일 밤(현지시간) 부인 신디가 지켜보는 가운데 지지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2000년 대선 때도 뉴햄프셔에서 조지 W 부시 현 대통령을 눌렀던 그는 “다시 돌아왔다”며 기염을 토했다. [내슈아 AP=연합뉴스]

“나는 아이(kid)라고 불릴 나이가 지났지만 나에게 어떤 형용사를 붙이든 오늘 밤 우리는 복귀(comeback)가 어떤 것인지 보여줬다.”

8일 공화당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승리한 존 매케인(71) 상원의원은 1992년 민주당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 선전, 2위를 차지한 빌 클린턴 당시 아칸소 주지사가 자신을 ‘돌아온 아이(Comback Kid)’라고 표현한 걸 차용해 이렇게 말했다. 이에 맨체스터 선거대책본부를 가득 메운 지지자들은 “맥(Mac)이 돌아왔다”고 외치며 환호했다.

매케인은 “유권자의 믿음을 얻기 위한 전략은 진실을 말하는 것”이라며 “백악관에 가려는 건 나의 명예나 부를 위해서가 아니라 조국을 구하기 위한 것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조국을 안전하게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매케인은 2000년 경선에서 조지 W 부시 당시 텍사스 주지사를 제압한 곳에서 다시 승리, 꺼져 가던 희망의 불씨를 살렸다. 베트남전 영웅인 그는 이라크전을 강력히 지지했다. 이라크 상황이 좋지 않았을 때 그의 지지율은 줄곧 하락했다. 그는 불법 이민자에게 합법적 지위를 부여하려 노력했다. 그런 그를 공화당의 골수 보수당원들이 배척했다.

그는 지난해 상반기 큰 위기를 겪었다. 선거자금 모금 실적은 예상치를 크게 밑돌았고, 캠프에선 떠나는 사람이 나오는 등 지리멸렬했다. 그는 한동안 군소 후보나 다름없는 취급을 받았다. 하지만 베트콩의 고문을 견디며 포로수용소에서 5년 반을 지낸 해군 전투기 조종사 출신답게 그는 흔들리지 않았다. 이라크전 철수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서도 이라크를 최대한 빨리 안정시키려면 미군을 증파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라크 상황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점차 좋아지고 있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그의 지지율은 조금씩 회복됐다. 특히 자유주의 성향이 강한 뉴햄프셔에서 그의 인기는 되살아났다. 2000년 그를 열렬히 지지한 무당파가 다시 그에게 몰표를 줬다. 그 바람에 이곳에 뭉칫돈을 써가며 공을 들인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치명상을 입었다.

지난해 11월까지만 해도 아이오와와 뉴햄프셔를 장악했던 롬니는 잇따른 패배로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그는 “세 번의 대결에서 나는 두 개의 은메달과 하나의 금메달(경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와이오밍에서 승리)을 땄다”며 “나는 11월 (대선 때) 이곳에 다시 오기 위해 미시간·사우스캐롤라이나 등에서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부활하려면 15일의 미시간 프라이머리에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 아버지가 주지사를 지낸 고향 미시간에서 진다면 그는 대통령의 꿈을 접어야 할지 모른다.

미시간은 매케인에게도 매우 중요하다. 뉴햄프셔 승리를 빛나게 하려면 이곳을 놓쳐선 안 된다. 그는 2000년 미시간에서 부시를 물리쳤다. 매케인의 경쟁 상대는 또 롬니다. 둘의 운명은 미시간에 달려 있다. 그러니 사력을 다할 수밖에 없다. 양 진영의 상대방 흠집 내기 공방전이 이번에도 불꽃을 튀길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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