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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실명제 강경선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부동산 실명제를 시행하자는 마당에 양도담보제(돈을 빌리면서錢主 앞으로 담보 부동산을 명의신탁하는 것)만 예외로 인정하기어려우며 차제에 양도담보제를 아예 폐지해야 한다.』 『중소기업들이 금융기관으로부터 돈을 빌릴 때 제3자 담보를 얼마나 많이활용하는지 아는가.부동산 실명제를 위해 양도담보제를 폐지하거나예외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당장 중소기업들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다.』 지난 20일 오전 청와대에서 한이헌(韓利憲)경제수석 주재로 열린 부동산 실명제 관계 부처 차관 회의에서 오갔던 논쟁의 한 부분이다.
결국 양도담보제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지 못했지만,이날 회의에서는 기업이 업무용 부동산을 여러 사람으로부터 사들일 때 일정기간 임원 이름 등으로 명의신탁하는 것을 허용하기로 했던 당초의 방침이 일절 인정하지 않는 쪽으로 뒤집어 지 고 말았다.
이처럼 부동산 실명제가 갈수록 명분(名分)위주로 강경(强硬)하게 치닫고 있다.
당초 정부가 부동산 실명제 구상을 발표하면서 실소유자 명의의부동산 등기를 정착시키기 위해 「과거묻기」보다 「미래지향」에 무게를 두고 「양성화」에 초점을 맞추겠다던 것과는 딴판으로 나가고 있다.
관계 부처 협의 등을 거치며 법을 잘 지킨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간의 형평 문제,법으로 차명(借名)부동산을 금지시키면서 같은 법으로 예외를 인정하는데 따른 법리상 문제 등이 돌출되면서 「법대로 하자」는 쪽으로 정부 방침이 급격 히 기울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부동산 실소유자 명의 등기법 시안(試案)의 내용은표에서 보듯 「원칙적으로 처벌하지 않되 예외적으로 처벌한다」던당초의 골격이 「원칙적으로 처벌하고 예외는 한정적으로만 인정,최소화한다」는 내용으로 1백80도 선회했다.
閔丙寬기자 이같은 정책 반전(反轉)으로 일반 국민은 상당한 혼선을 겪고 있으며,실명제 실시 후에도 기존의 명의 신탁 부동산들이 실명화를 피해 지하로 숨어드는 등 부작용이 심각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마치 「검은 돈,흰 돈」식의 명분에 집착한 끝에 겉으로는 성공적으로 자리잡은 것처럼 되어 있으나 실제로는 규모도 파악 할수 없는 차명주식과 예금을 그대로 둔 채 「절름발이」가 돼 버린 금융실명제와 같은 꼴이 되어 버릴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부동산 실명제의 초점은 ▲시행시기▲실명제 후의 예외적인명의신탁 허용범위▲실명 전환에 따라 드러나는 과거행위 처벌여부등 크게 세가지다.
이중 시행 시기는 당초 재정경제원 생각보다 더 앞당겨졌고 처벌도 강화됐다.명의신탁 허용을 놓고는 기업의 명의신탁을 이용한부동산 매입을 금지키로 한데 이어 양도담보제조차 금지 또는 규제하는 문제가 새롭게 검토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벌써부터 『땅 구입 자체가 어려워지거나구입 비용이 크게 올라 경쟁력이 크게 악화될 것』이라며 불만을터뜨리고 있다.
통상산업부도 『금융 관행이 담보 대출에서 신용 대출 위주로 바뀌거나 해외자금을 손 쉽게 쓸 수 있게끔 하는 등의 근본적인처방없이 명의신탁만 덜렁 금지시키는 것은 기업에 결정적인 타격이 될 것』이라고 반대하고 있으나 『예외를 인정 하면 법 체계상 혼란이 온다』는 타부처들의 명분론에 밀리고 있는 상태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과거의 관행을 법으로 일시에 금지시키는「제도 개혁」의 접근법을 취하면서 양성화에 초점을 두지 않고 형평과 정의만을 찾는 것은 현실적이지 못하다』면서 『일단 법률시안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자 각 부처가 마치 「선명성(鮮明性)」경쟁을 하듯 형평과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손재영(孫在英)한국개발연구원(KDI)연구위원=솔직히 말해 부동산 명의신탁이 어떤 형태로 이뤄지고 있으며 얼마나 되는지 정부당국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현실적으로 필요한 예외를 인정하지 않고 처벌만을 강화한다면 사람들이 실명 전환을 기피해 양성화 자체가 힘들것이다.또 현실적으로 기업들은 공장용지 확보등이 훨씬 어려워져경쟁력을 까먹게 될 것이다.
부동산 명의신탁이 상속.증여세등 세금을 피하는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을 한꺼번에 없앨 수는 없다.따라서 정부는 보다 미래지향적인 입장에서 우선 명의신탁의 양성화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김태동(金泰東)성균관대 교수=부동산 명의신탁은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제도인데,이를 없애겠다는 마당에 예외를 인정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이번 기회에 기업주나 공직자들이 숨겨놓은 부동산을 모두 밝혀내야 한다.예컨대 기업이 농지를 사들여 공장용지로 쓰려고 할 때 명의신탁을 허용한다면 그 땅을 개발해 얻게되는 개발이익은 모두 기업의 몫이 되고 농지값만 올라 농업의 경쟁 력을 까먹는등 불균형이 심화될 소지가 있다.
부동산 명의신탁을 한 사람에 대한 처벌도 체형과 벌금보다는 부동산의 등기상 명의자를 實소유자로 인정해주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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