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팔린 수입차 이유 있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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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3000과 2030.’ 지난해 3000만원대의 수입자동차가 많이 팔렸고 ‘2030세대’는 세련된 디자인에 주행 성능이 좋은 모델을 많이 샀다. 수입차는 비싸고 중·장년층이 많이 구입한다는 고정관념이 이젠 깨진 것이다. 특히 중산층은 경제성이 있는 디젤 모델을 선호했다. 국내에서 잘 팔린 모델에서 ‘수입차의 대중화 바람’을 분석해 봤다.

‘베스트셀링카=세단’이란 등식은 옛말이 됐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혼다 CR-V가 3년 연속 판매 1위였던 렉서스 ES350을 제쳤다. CR-V는 중산층도 한번 구입할 수 있는 가격(3090만~3490만원) 경쟁력을 갖췄다. 혼다 용산전시장 관계자는 “싼타페·QM5 등 국산차와도 가격 경쟁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혼다 시빅 2.0(2990만원)과 푸조 307SW HDi(3550만원)도 톱10에 들었다. 기름값이 크게 오르면서 그동안 시끄럽다고 외면받았던 디젤 차종 2개(푸조 307SW HDi, 폴크스바겐 파사트 2.0 TDI)도 약진했다. 수입차 중 디젤차의 비중은 2006년 10.7%에서 지난해 16.4%로 높아졌다. 선택 기준이 실용성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값싸고 실용적인 수입차의 인기는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혼다 CR-V 못지않은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하는 닛산의 SUV가 10월께 국내에 상륙한다. 포드·재규어·크라이슬러는 연비 좋은 디젤 세단을 선보인다.

푸조 307SW HDi

인피니티 G35, 렉서스 IS250, BMW 320은 나란히 4~6위를 차지했다. 이 차들은 4000만원대 중반의 가격이지만 젊은 층에서 인기를 끌었다. 실제 고객 중 50~60%가 20, 30대로 나타났다. 렉서스 이태원전시장 김정재 과장은 “IS250의 고객 중엔 30대 후반의 나이도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수입차 시장에서 20, 30대의 점유율은 40.3%로 전년보다 4.7%포인트 높아졌다. 2030세대를 잡기 위한 업체들의 경쟁은 올해 한층 달아오른다. 지난해 11월 벤츠가 4000만원대 새 C클래스를 출시한 데 이어 아우디(A3), BMW(1시리즈)도 엔트리급 모델을 새로 들여온다.

5000만원 이상 고급 세단은 입지가 상대적으로 좁아지긴 했지만 저력은 있었다. ‘강남 사모님 차’의 대명사 렉서스 ES350이 2위, 1900만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 인하로 주목 받은 BMW 528이 3위를 차지했다. 특히 528은 지난해 상반기까지 브랜드 순위 3위에 머물렀던 BMW를 단숨에 1위 자리로 끌어올린 효자 모델. 이에 자극받은 폴크스바겐·GM·벤츠 등도 줄줄이 가격을 내렸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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