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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북녘동포>2.식량난에 풀린 여행통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청진~함흥~사리원선(線) 밤열차-.
숨막힐 정도로 승객이 빽빽이 들어찬 빵통(객차)은 가물가물한불빛속에 깨진 유리창문으로 바람이 몰아쳐 들어온다.심지어 승강대에 매달리고 선반 위에 눕거나 빵통 지붕위에 타잔처럼 앉아있는 승객까지 있다.운행횟수가 많지 않아 피난열차 나 다름없다.
비누등 생필품 몇가지를 넣은 배낭을 끌어안은 부인들,출장원들,젊은이.학생들은 빵통에 탄 것만으로도 안도하는 표정이다.서너시간의 연착이지만….
여행객들은 열차가 플랫폼에 들어서면 서로 먼저 타려고 창문으로 기어오르는 짓을 예사로 한다.창문에 성한 유리가 드문 까닭이다.전구를 빼가는 사례가 많아 밤열차는 늘 흐릿하다.
〈관계기사 5面〉 여행증명서 없이 열차를 탄 일부 젊은이들은철도안전원의 검사가 시작될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다른 빵통에선 여행증 없는 중년 노동자가 안전원 주머니에 담배 3갑을 찔러주며 사정하고 있다.전문 장사꾼들은 뇌물로 담배 1백갑쯤을안 전원에게 이미 바쳤기 때문에 여행증 없이도 느긋하다.
식량배낭과 일용품 봇짐을 털거나 소매치기하는 좀도둑이 성행하고 있어 의자에 앉아 조는 사람들도 의자다리에 배낭이나 봇짐을묶어 놓고 있다.
귀순자들 대부분이 증언한 최근 열차여행의 일반적 풍속도다.열차는 북한의 거의 유일한 대중교통수단이다.
15일마다 한번씩 주는 식량배급이 수개월간 끊어지면서 식량을구하러 나선 주민들과 장사꾼의 여행이 엄청나게 늘어났기 때문이다.함경도에서 곡창지대인 평안도.황해도방면으로 가는 열차는 식량구입을 위한 열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게 귀순자들의 한결같은 증언이다.특히 자강도.양강도.함북도등의 식량사정은 80년대 중반이후부터 나빠지기 시작해 흉년이 거듭된 90년대 전후를거치면서 최악의 상황이라는게 귀순자들의 한결같은 증언이다.옥수수만이라도 제때 배급된다면 걱정이 없다.양강도와 자강도의 일부주민들은 감자 3개로 한끼를 때우고 송기떡으로 허기를 채운다는게 황광철(회령궁심탄광원)씨등의 증언이다.초여름이 가장 넘기 힘든 고개다.한여름엔 그래도 덜 익은 옥수수라도 따 먹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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