特次낙방생이 전체수석-경희대 한의대 이색 합격자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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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대입특차에서 낙방한 수험생이 전기입시에서는 전체수석의 영광을차지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19일 발표된 경희대 전기 합격자중 전체수석을 차지한 영광의얼굴은 한의예과를 지원한 한애리(韓愛悧.20.94년 서울정신여고졸)양.
韓양은 수학능력시험 1백72점,내신 1등급으로 고교 3년동안한번도 전교수석을 놓쳐본 적이 없는 재원이나 지난 특차모집에서는 한의예과에 지원했다 아깝게도 낙방한 학생.
그러나 韓양은 와신상담끝에 이번 본고사에서 한의예과에 재도전,전체수석의 성적으로 합격해 특차낙방의 설움을 깨끗이 씻었다.
韓양은『특차에서 떨어져 전체수석까지 하리라는 생각은 못했다』며『단지 신비스럽다고만 여겨지고 있는 한의학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한의학자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韓양이 끝까지 뜻을 굽히지 않고 지원한 한의예과에는 올해도 다양한 경력을 가진 고학력.고령 지원자와 합격자들이 많아 화제다. 서울대 약대를 졸업하고 약국에서 약사로 근무하다 한의사로의「전향」에 성공한 조삼순(趙三順.27.여)씨,대우증권.한국통신에서 엘리트 사원으로 일했던 이태권(李泰權.31)씨,과학기술대 화학과 석사출신인 최문정(崔文禎.27.여)씨등은 그동안 쌓은 화려한(?)경력을 미련없이 털고 새 출발을 하는 케이스다.
지난 특차에서도 전국석차 5위의 강종필(姜種必.18)군,서울대 공학박사 출신의 김재현(金在鉉.36)씨등 고학력자가 다수 몰렸던 경희대 한의예과의 전기지원자중에는 생년월일이 60년 이전(35세 이상) 수험생이 1백9명이나 돼 전체 지원자 4백99명의 22%에 이른다.또한 전체 지원자의 15%인 75명이 서울대.고려대.연세대등 명문대학 졸업자들이다.
불합격자 중에서도 특이한 경력을 가진 지원자가 많았다.
올해 54세의 나이로 64년 육사를 졸업한 장교출신 鄭모씨와2월에 졸업예정인 金모(17)양의 나이차는 무려 37년이나 됐으며 프랑스 소르본대학에서 수학중 지원한 수험생도 있었다.
이렇게 한의예과에 다양한 경력을 지닌 고학력자가 많이 몰리는현상에 대해 학교측은『고령수험생들이 한의예과에 많이 지원한 것은 동양사상이나 한의학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고 일반직장보다확실한 수입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일 것』이 라며『최근의 추세로 볼때 이같은 경향은 계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金玄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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