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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 강국서 해양 대국으로 해가 지지 않는 한국 만들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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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2008년 해운업계는 어느 때보다 숨 가쁘게 앞으로 달려 나가고 있다. 수백 개 해외법인과 지점에서 수천 명의 우리 해운맨이 전 세계를 실핏줄처럼 연결하는 운송망을 통해 국부를 창출하고 있다.

해운업계는 전통적으로 전 세계를 대상으로 24시간 연중무휴로 움직인다. 우리나라의 오후 5시에 유럽의 물동량을 잡기 위한 경쟁은 막이 오르고 오후 11시에 미주지역과 업무가 시작된다.

이렇게 밤낮없이 뛰어온 결과 우리나라 해운은 선박 보유량으로 세계 8위권, 세계 물동량 수송기여도는 5위권에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지난해 해운산업은 약 300억 달러의 외화를 벌어들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무역 외 서비스수지 부문에서 가장 많은 액수로 알고 있다.

물류 측면에서 우리나라는 수출입 물동량의 99.7%를 해운을 통하여 처리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연간 수출액 4000억 달러를 기록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우리의 해운 서비스가 버티고 있었음을 자부한다.

그러나 해운산업이 마냥 순항해온 것만은 아니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해운산업은 심각한 위기를 경험하였다.

자본집약적인 해운산업의 특성을 감안하지 않은 일률적인 구조조정 가이드라인에 따라 우리 해운 기업들은 경쟁력의 핵심 원천인 선박을 대거 매각하는 커다란 우(愚)를 범하였다.

이에 반하여 영국·독일·네덜란드 등 주요 해운 선진국들은 자국 해운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적극 지원하는 정책을 폈다. 이에 따라 고임금 등의 이유로 경쟁력이 약화되었던 선진국의 해운 기업들이 경쟁력을 회복하여 공격적으로 사업 확장을 해오고 있다.

이러한 국내외의 어려운 상황에서 해양수산부는 ‘해운 하기 좋은 나라’를 모토로 국제선박등록제(98), 선박투자회사제(2002), 톤세제(2004) 등의 선진 해운제도를 과감하게 도입하여 우리 해운 기업의 경쟁력 회복에 큰 기여를 하였다. 이 정책들은 때마침 세계 경제성장과 사이클을 같이하여 우리나라 해운산업의 발전을 가능하게 하였다.

2008년 새해, 오랫동안 해운업계에 몸담아 온 사람으로서 새로운 정부 출범에 즈음하여 우리나라의 발전전략에 대한 바람을 가져본다. 역사 속에서 바다와 해상운송에 앞선 나라들이 세계를 주도했던 사실들을 상기하면 우리나라의 지속적인 발전은 바다에 대한 집중적인 관심과 도전과 투자를 통해 가능하다는 생각이다.

그런 점에서 21세기 해양부국을 지향하며 96년 해양수산부를 창설한 것은 이러한 사명에 부합하는 선진적인 조치였다. 지난 10여 년간 해양행정을 총괄하는 정부 부처의 존재는 해운·항만 업계 종사자에게는 물론 국민에게 해양산업과 해양자원의 가치를 일깨우는 데 큰 기여를 하였다. 이러한 조치를 평가하여 일본·중국·영국 등도 미래의 산업인 해양행정 부문에서 우리의 시스템을 벤치마킹하고 있다고 한다.

전 세계 바다 위에는 태극기를 단 우리 선박들이 쉴 새 없이 오가고 있다. 이들은 실질적인 우리의 해양 영토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국제경쟁은 치열하고 냉엄하다. 나무가 커질수록 바람의 저항이 더욱 거세지듯이 선진 해운국과의 경쟁은 더욱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영국·독일 등을 넘어 일류 해양 국가가 되기 위해선 종합적이고 앞서가는 해양행정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밤낮을 잊고 세계를 누비며 뛰어온 우리 해운맨의 바람은 대한민국을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만드는 것이다.

정태순 바다살리기 국민운동본부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