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위조수표범 복제에서 사용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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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10만원권 위조수표발행범들은 마산에서 수표를 복사한 뒤 지난해 12월말부터 1월초에 걸쳐 서울 영등포.노량진등지에서 주로2만~3만원짜리 물건을 사고 거스름돈을 챙기는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당중 주범격인 鄭인환씨가 처음 범행을 생각하게된 것은 지난해 9월.형에게 빌려주려고 처가등에서 끌어다쓴 6천여만원의 빚으로 곤란을 겪어오던 鄭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林채혁씨를 10월초에 만나 함께 범행을 모의,10월말 경남창원의 한 복사.인쇄소에서 일제 캐논CLC-10 컬러복사기를 훔쳐 林씨의 거처에갖다놓고 구형 1만원권으로 시험복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색상이 번지고 번호가 흐릿하게 나오는 등 복사가 뜻대로 되지 않았다.
1만원권지폐와 10만원권수표로 수백차레 시행착오를 거듭한 끝에 12월19일 10만원권수표의 완전(?)복사에 성공했다.
이후 鄭씨와 林씨는 28일까지 B5 복사용지에 수표를 복사한뒤 칼로 잘라내는 작업을 계속해 6백여장을 찍어내 이중 「쓸만한」 위조수표 4백50여장을 골라냈다.
29일 수표를 들고 서울로 올라온 이들은 91년께 알고지내던文창임씨와 함께 광명시 유흥가등을 돌아다니다 31일부터 수표사용에 나섰다.
31일 오후2시쯤 서울개봉역에서 수표를 각각 반씩 나눠가진 뒤 林씨와 헤어진 鄭씨는 이미 마산을 떠나기 전 서울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던 李훈씨를 영등포역 앞에서 만났고,李씨가 근처 금은방에서 1돈짜리 금반지(시가 4만6천원)를 사며 최초로 위조수표를 사용했다.
수표를 사용한 李씨가 鄭씨에게『수표발행일자가 너무 오래돼 주인이 의심 하더라』고 말하자 鄭씨는 곧『여자가 사용하면 의심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文씨에게 연락을 취했다.鄭씨와 李씨는 31일 오후5시쯤 중구명동에서 文씨를 만나 명 동지하상가내10여개소의 상점에서 화장품.옷등을 사고 수표에는 李씨가「한윤식」이라는 이름으로 이서한 뒤 거스름돈을 받았다.
이후 지난1일에는 李씨와 文씨가 함께 영등포지역에서,2일에는鄭씨와 林씨가 노량진.봉천동일대에서 모두 1백11장의 수표를 사용,거스름돈을 챙겨 유흥비.여관숙박비를 제외하고도 3백50여만원을 남기는 소득(?)을 올렸다.李씨는 2일 오전 鄭씨와 헤어진 뒤 사용하지 않은 수표 50여장을 갖고 마산으로 내려갔으며 鄭씨와 林씨는 이날 자정쯤에야 마산으로 내려갔다.
이들은 마산에 도착한 다음날인 3일오전「마음이 편치 않아」 鄭씨와 林씨가 사용하고 남은 수표3백여장은 林씨의 거처에서,李씨가 갖고 간 50여장은 李씨가 직장에서 각각 태워 없앴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사실여부는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權赫柱기자〉 다음은 수표위조범 鄭인환씨 등과의 일문일답.
-범행동기는.
▲빚갚을 돈이 필요했다.서울K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뒤 마산에서 건설회사에 다니던 90년,보험회사에 다니다 빚보증을 잘못 선 형에게 6천여만원을 빌려주었으나 갚지 않아 빚독촉에 시달렸고 그 와중에 직장도 그만 두게됐다.이 때문에 아 내와도 자주싸우는등 잦은 가정 불화에 시달려와 범행을 결심했다.
-수표위조 경위는.
▲94년 여름에 1개월간 마산 K카드 중앙동지점에서 영업사원으로 일하다가 신규고객의 서류를 만들기 위해 회사근처 복사점에자주 드나들면서 컬러복사의 정교함을 알게되었다.그뒤 얼마후 마산에서 위조수표 복사사건 소문을 듣고 수표도 복 사할 수 있다는 사실도 알게된데다 길거리에서 모형 만원권 복사본을 본 이후로 기회가 닿으면 한번 시도할 생각을 했다.
그러다 지난 9월 친구 임채혁(林采赫.34.무직.경남마산시석전동)이 『돈 되는 일 없냐』고 물어『컬러복사 한번 해보자』고제의했더니 동의해 범행에 나섰다.
-지금 심정은.
▲일확천금에 눈이 멀었던 것 같다.지난 9일 신문보도를 보고처음 쫓기고 있다는 것을 안뒤 탄로날까봐 뉴스보기도 두려워 채널을 돌려버렸다.(흐느끼면서)아내와 다섯살배기 아들에게 부끄럽고 미안하다.이렇게 일이 커질 줄은 미처 생각하 지 못했다.성실히 사는 분들께 사죄한다.
〈張世政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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