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위조수표가 제기한 문제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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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수표유통질서에 큰 혼란을 가져올뻔 했던 수표위조사건이 비교적단시일내에 해결된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그러나 이번 사건은 문제가 이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정작 더 큰 문제는 이제부터임을 말해주고 있다.
이제까지의 수사내용으로는 수표위조가 아마추어들이 훔친 컬러복사기와 일반 복사용지를 이용해 이뤄졌다.위조가 이렇게 누구에게나 용이한 것이라면 앞으로 유사한 범죄가 꼬리를 물고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위조대상이 어찌 수표뿐이겠는가.각종 유가증권과 증명서등 범죄에 이용될 대상은 얼마든지 있다.더구나 컴퓨터를 활용하면 더 정교한 위조가 가능하다는 것이고,복사기와 컴퓨터는갈수록 발달할 것이고 보면 결코 안이하게 생각할 문제가 아닌 것이다. 복사기나 컴퓨터의 발달을 막을 수 없는이상 관리체제의강화등 그 대응책마련이 무엇보다 시급하다.우선 컬러복사기는 소유자가 의무적으로 등록하도록 강제규정을 마련해야 한다.또 규정은 있으나 전혀 지켜지지 않는 관리책임자 지정,복사때의 입회,사용일지 작성,연1회 점검등의 규정이 철저히 지켜지도록 소유자에 대한 처벌규정도 강화해야 한다.
유가증권의 지질(紙質)도 달라져야 한다.일반 복사용지나 시중에서 흔히 구할수 있는 종이를 사용해선 안될 것이다.각종 증명서도 가능한한 위조를 어렵게 하는 방안을 짜내야 한다.위조기술과 방지기술간의 싸움은 이제 피할 수 없는 사회적 과제가 되었다고 보아야 한다.시민의 신고를 재빨리 범인검거로 연결한 기민성만은 평가할만 하지만 경찰의 수사는 큰 허점을 드러냈다.범행에 사용된 복사기는 지난해 10월 창원에서 도난돼 신고까지 됐는데도 수사본부에는 보고조차 되지 않 았다.수사 공조(共助)가되지 않았다기 보다는 도난신고가 있었다는 사실도 잊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창원서가 알려주지 않았다 해서 복사기도난사실을 경찰청도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 문제다.범죄가 발생하면 그 내용이 자동으로 전국 경찰컴퓨터에 입력,분류되어 어느 지역 경찰에서나 손쉽게 검색할 수 있는 정보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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