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입 따라 … 주가가 춤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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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한마디하면 주식시장은 몸살을 앓는다?’
 대통령 선거 막바지였던 지난해 12월 14일 이명박 후보가 “정권교체 하면 주가지수가 3000까지 회복된다”고 해도 시장은 시큰둥했다. 그러나 막상 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인수위가 꾸려지자 사정이 확 달라졌다. 인수위의 한마디에 증시가 요동치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권순학 상무는 “인수위에서 흘러나온 이야기는 앞으로 정부 정책으로 채택될 공산이 커서 기업 수익에 어떤 영향을 줄지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설명했다.

 ◆대운하 건설주 급등=한반도 대운하는 이명박 당선인의 상징적인 공약이다. 다만 당선 전에는 실제 추진될지 미지수였다.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이 때문에 관련 종목 주가도 큰 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지난 1일 인수위 관계자가 “국내 5대 건설업체 사장과 조찬 모임을 갖고 대운하 사업성을 적극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분위기가 싹 달라졌다. “최대한 빨리 시작해 (이명박 정부의) 임기 내에 완공하는 게 목표”라는 말도 시장을 자극했다. 건설주는 개장 후 곧바로 치고 올라갔다. 올 들어 4일까지 코스피지수가 1.8% 떨어지는 동안 건설주는 7.8% 올랐다.

 키움증권 박형진 연구원은 “운하 건설에 들어갈 공사비는 연간 4조원”이라며 “100조원 안팎인 국내 건설시장 규모를 감안하면 건설 경기 진작에 의미 있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자율 교육 정책은 호재=자율과 사교육비 경감은 이 당선인의 핵심 교육 공약이다. 그러나 두 공약이 교육 서비스 회사에 미칠 영향은 엇갈린다. 사교육비를 절감시키면 교육 서비스 회사는 설 땅이 좁아진다. 반면 ^특수목적고 설립 제한 완화 ^수능등급제 폐지와 같은 자율 정책은 호재로 꼽힌다. 연초 시장은 이 당선인의 교육 정책을 호재로 평가했다. 대장주인 메가스터디는 개장 후 3일간 20% 가까이 급등했다.

 ◆풀 죽은 통신주=인수위가 ‘통신요금 20% 인하’라는 이 당선인의 공약을 구체화하자 통신주는 약세를 면치 못했다. 2일 통신주 업종지수는 4.5%나 급락했다. 통신업계는 “지난해 망내 요금을 할인했는데 또 요금을 내리면 실적 악화가 불가피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증권업계도 최근 통신주 주가 하락이 지나쳤다고 보는 견해가 우세하다. 미래에셋증권 최영석 연구원은 “요금 인하 논란으로 인한 주가 급락은 오히려 매수 기회”라고 말했다. 실제 4일 주가가 하락하자 외국인이 통신업종을 대거 사들여 통신업종 지수는 1.63% 상승 마감했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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