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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장염, 한겨울에도 조심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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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력이 약한 아이들에게 바이러스 질환은 계절과 상관없이 기승을 부린다. [중앙포토]

쌍춘년 결혼 특수와 황금돼지해가 연 이어진 덕분에 지난해 출생아 수는 재작년보다 3만500여 명 늘었다. 저출산율 시대에 아기 울음소리가 많아졌음은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면역력이 약해 잔병치레가 잦은 것이 특징. 겨울철, 어머니를 당황하게 하는 어린이 배탈과 호흡기 질환을 중심으로 예방과 대처법을 소개한다.

 #감기 다음으로 흔한 장염

 “겨울에도 장염이 유행하나요?” 11개월 된 첫 아이 훈이가 간밤에 열 번 가까이 구토를 해 병원을 찾은 어머니 김모(32)씨. 아들이 ‘가성콜레라’에 걸렸다는 담당의사의 설명에 이렇게 반문한다.

하지만 한겨울 바이러스성 장염(위장관염)은 감기 다음으로 흔한 어린이 감염병이다. 흔히 가성콜레라로 불리는 로타 바이러스 감염은 훈이처럼 두 돌 미만 영아에게 흔하다. 5세 이하 어린이 95%가 적어도 한 번 이상 걸릴 정도. 12월부터 환자가 늘어 한겨울 내내 유행한다. 증상은 이틀 정도 열과 심한 구토를 한 뒤 심한 물설사를 하는 게 특징. 문제는 5∼7일간 계속되는 설사가 콜레라로 착각할 정도로 심하다는 점이다.

 현재 로타 바이러스를 박멸하는 치료제는 없다. 따라서 병이 저절로 가라앉을 때까지 구토·설사로 인한 탈수·전해질 이상을 신속히 교정하는 게 치료 목표다. 영아들은 탈수로 인해 금방 상태가 나빠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자.

 탈수 교정은 구토가 심하다 싶은 첫날부터 소아과에서 먹는 링거액이나 링거 주사로 치료한다. 일단 구토와 탈수가 교정되면 미음·죽·모유 등을 조금씩 먹이면 된다. 이 병은 어른이 주된 감염원이다. 따라서 아이를 돌보는 어른은 늘 손씻기를 생활화해야 한다, <표 참조> 최근 출생 후 6~12주에 맞는 첫 접종 후 2개월 간격으로 2회 접종하는 백신도 있다.

 노로 바이러스도 겨울철 장염의 원인이다. 환자와 직접 접촉하거나 감염된 물질 또는 음식과 접촉할 경우 발생한다. 환자가 조리한 음식 섭취를 통해서도 감염된다. 주된 증상은 구역질·구토·설사 등이다. 탈수와 전해질 교정이 치료의 최우선 목표다.

 어린이 장염의 특징은 구토·설사뿐 아니라 열·편도염·인두염·코감기·기침 등 감기 증상을 동반하는 경우도 흔하다는 점. 따라서 단순 감기라고 생각해도 소변의 양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파악해 탈수를 조기에 찾아 교정한다. 통상 소변을 8시간 이상 안 보면 소아과로 직행하는 게 안전하다.

 #겨울철 단골손님 호흡기 감염

 호흡기 감염은 가장 흔한 겨울철 감염병이다.
 어린이는 출생 후 처음 감염되는 호흡기 바이러스가 많다. 또 호흡기도 미숙하고, 면역 기능도 떨어진다. 따라서 감염이 빈발할 뿐 아니라 일단 감염되면 모세기관지염·폐렴·축농증·중이염 등 합병증도 잦다.

 두 돌 미만 어린이의 95% 이상이 앓는 RS바이러스 감염이 대표 질환이다. 가을부터 유행이 시작돼 겨울에 피크를 이룬다. 최근 제일병원은 호흡기 바이러스 질환으로 입원한 환자를 대상으로 RS 바이러스 검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환자의 평균 연령이 10개월로 지난 겨울의 21개월에 비해 어려졌으며, 특히 1개월 미만의 신생아도 15.4%나 됐다고 발표를 해 주목을 끌었다.

 환자는 처음엔 기침·콧물 등 가벼운 감기처럼 앓다가 이내 쌕쌕거리면서 기침을 심하게 한다. 이 단계에선 젖병 빠는 일도 힘들어 한다.

 호흡기 질환이 특히 문제되는 영아는 미숙아나 선천성 심장병· 폐 질환이 있는 경우다. 심각한 합병증으로 사망할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고위험군 어린이에게 RS 바이러스 항체주사를 접종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이밖에도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아데노 바이러스, 코로나 바이러스 등 겨울에 유행하는 어린이 호흡기 바이러스는 수십 종류나 된다. 따라서 어린이를 둔 가정에서는 감염을 막기 위해 온 가족이 외출 후 손씻기와 양치질 등 개인위생을 철저히 해야 한다. 또 장난감·수건·담요 등 아이가 접하는 물건도 자주 씻어 줘야 한다.

황세희 의학전문기자·의사

◆도움말=대한 소아과학회 신손문 전문위원·김종현 전문위원·손용규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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