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단식-비만형 체질엔 큰 도움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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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야맹증은 비타민A,각기병은 비타민B,괴혈병은 비타민C,구루병은 비타민D.과거 영양결핍시대를 살았던 기성세대에겐 너무나 익숙한 단골 생물시험문제다.그러나 이처럼 못먹어 생긴 영양결핍형질병은 다시 먹으면 낫는다는 확실한 보장이 있는 반면 영양과잉형 질병은 대개 난치성이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너무 많이 먹어 탈인 현대인에게 일부러 굶는 단식이 관심을 끄는 것도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양.한방 두가지 관점에서 단식을 재조명해 본다.
굶게 될 때 탄수화물.지방.단백질의 순서대로 소모되는 것이 단식때 일어나는 생리변화.
기아(饑餓)초기엔 간에 축적된 글리코겐이 포도당으로 분해돼 하루정도 이용되며 이후부턴 지방이 분해되기 시작하고 마침내 근육내 단백질마저 열량으로 동원돼 피골이 상접해지게 된다는 것.
물만 마시는 단식의 경우 40일정도가 생리적 한계로 추정되나뚱뚱한 사람은 보다 오래 버틸 수 있다.
65년 최장 단식기록으로 기네스북에 오른 스코틀랜드의 앵거스바비어리도 처음엔 2백14㎏의 뚱보였으나 3백82일의 단식기간중에 80㎏으로 체중을 뺐다는 것.
최근 단국대의대와 인제대의대 가정의학과팀이 단식자원자 2백1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에서도 5일간의 단식으로 남녀평균 2.7㎏의 체중감소효과를 본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백혈구 수는 오히려 20%정도 감소해 단식시 백혈구가늘어나 면역기능이 증가한다는 기존 단식전문가들의 주장은 근거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간세포파괴시 증가하는 효소SGOT.SGPT도 증가소견을 보여 단식시 나타나는 각종 건강지표가 모두 좋은 것만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이처럼 단식이 만병통치약으로 잘못 인식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사전준비없는 단식으로 과 도한 체중감소와 전해질 손실로 오히려 질병이 악화되거나 생명까지 잃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현재 과학적으로 증명된 단식의 건강효과는 비만자의 체중감소에국한된다.실제 국내최초로 단식요법을 도입한 경희대 한방병원의 단식병동 역시 입원환자의 대부분이 살을 빼기 위한 20,30대여성이라는 것.
하지만 한방에서 접근해본 단식효과는 좀더 긍정적이다.
단식으로 신진대사가 촉진돼 과잉영양분과 각종 노폐물을 배출하며 소화기관을 단식기간에 쉬게 해줄 수 있다는 것.
경희대한의대 신현대(申鉉大.물리요법과)교수는 『단식은 비만치료뿐 아니라 각종 관절염.소화장애.고혈압은 물론 당뇨병.갱년기장애의 치료에까지 응용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사이비단식이 문제인데 단식을 위한 철저한 사전준비와 단식과정중의 감입차.생수섭취,물리요법등 각종 한방치료가 동반돼야한다는 것이 申교수의 충고다.
단식을 해선 안될 경우는 정신분열증.결핵.위궤양.관절염으로 스테로이드를 쓰는 환자를 꼽을 수 있으며 마른 체형의 경우 가급적 단식을 삼가는 것이 좋다.
단식의 특정질병치료에 관한 의학적 결론은 아직 유보된 상태.
그러나 치료를 위한 단식은 비만증에 국한되는 것이 바람직하며생활속에서 권장할 수 있는 건강식사법은 단식보다 오히려 조금 적게 먹는 절식(節食)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최종결론이다.
洪慧杰기자.醫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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