딕 프랜시스作 "경마장의 비밀" 번역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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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영국추리작가 딕 프랜시스의 93년작 『경마장의 비밀』(Decider)이 고려원미디어에서 번역돼 나왔다.딕 프랜시스는 경마기수 출신이라는 특이한 경력의 추리작가.1920년 영국 사우스웨일스 로레니에서 태어난 그는 2차 세계대전때 공군 전투조종사로 복무했고,1950년대에는 엘리자베스 여왕에게 고용돼 경마기수로 활약,두차례 챔피언에 오르기도 했다.
딕 프랜시스는 57년 경마자서전을 출간한 이후 작가로 변신,지금까지 34편의 장편과 8편의 단편을 발표하며 영국에서 프레드릭 포사이스와 함께 현존 최고 인기추리작가로 사랑받고 있다.
공군.경마기수라는 경력에서 알 수 있듯 프랜시스는 매우 영국적인 배경을 지닌 사람이며 이는 그의 작품들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그의 작품들은 대부분 경마장과 말을 소재로 한 것이 특징.그렇다고 하지만 경마 그 자체를 이야기의 축으로 삼기보다 경마를 즐기는 계층인 영국 귀족가문의 어두운 비밀을 파헤치는 등영국추리소설 특유의 어둡고 침침한 분위기,수수께끼를 풀어가는 재미등이 어우러져 있다.
이번에 번역돼 나온 『경마장의 비밀』도 경마장을 둘러싼 한 귀족가문의 이야기.역사깊은 스트래튼파크 경마장을 운영하는 스트래튼가문은 가문의 우두머리였던 스트래튼경이 사망하자 유산을 둘러싸고 심한 내분에 휩싸인다.경마장을 개조해 계속 운영하려는 자손과 경마장을 팔아치우려는 자손들 사이에 서로 약점잡기의 치사한 싸움이 시작되고 경마장 폭파사건.화재 등 의문의 사건이 잇따른다.
딕 프랜시스는 이 가문의 싸움에 엉뚱하게도 가문과 상관이 거의 없는 평범한 재건축업자 리 모리스를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스트래튼 가문의 비밀을 파헤치는 역할을 맡긴다.
35세에 여섯명의 아들을 두고 아내와 무덤덤한 결혼생활을 이어가던 리는 돌아가신 어머니가 한때 스트래튼 가문의 며느리였기때문에 스트래튼 파크 경마장의 주식을 약간 가지고 있다.그 주식 때문에 그는 스트래튼 가문의 내분에 휩싸이게 된다.
리는 어머니의 전남편이었던 케이드와 어머니가 버리고 온 딸 한나의 엄청난 증오심에 맞서 경마장사건의 범인을 찾는 일에 나서며 그 과정에서 마약중독.근친상간등 이들에 얽힌 추악한 비밀들이 하나씩 벗겨진다.
프랜시스의 팬이라는 천리안 추리문학동호회의 박광규씨는 『프랜시스는 요즘 작품마다 나오는 끔찍한 살인이나 선정적인 대목,기발한 트릭은 없지만 현실적이고 평범한 사람들 사이에 벌어지는 사건들이 지루하지 않고 깨끗하게 묘사돼 마음이 끌 린다』고 말한다. 65년 영국범죄작가협회제정 은단검상,80년 금 단검상,89년 다이아몬드 단검상을 수상했고 69년과 81년 미국추리작가협회상(에드거상)을 수상한 프랜시스는 영국과 미국에서 베스트셀러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국내에는 78년 『흥분』(F or Kicks)으로 소개되기 시작,『고독한 은행가』『표적』『귀향』『오른손』등의 장편이 번역돼 나왔다.
李湳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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