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 5개국서 보내온 생생한 문화기술 통신문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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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호 02면

이번 주 스페셜 리포트에는 문화기술(CT)을 담았습니다. 종합지에서는 잘 다루지 않은 주제입니다. 문화와 기술, 그 부드러움과 딱딱함이 만났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둘은 결합이 가능할까요. 왜 우리는 문화기술에 관심을 가져야 할까요. 이런 궁금증이 스페셜 리포트를 통해 풀렸으면 합니다.

과학기술과 사회문화·예술 사이에는 뚜렷한 경계가 있습니다. 두 진영은 자주 충돌하곤 합니다. 1996년 뉴욕대 물리학과 교수인 소칼이 포스트모더니즘 성격의 저널인 ‘Socal Text’ 에 엉터리 논문을 발표하면서 촉발된 ‘과학전쟁’ 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소칼은 ‘경계를 넘어: 전환적 양자 중력학의 해석학을 향해’라는, 난해한 제목의 논문을 저널에 보냅니다. 저널 측은 면밀히 검토하지 않고 논문을 게재합니다. 하지만 논문은 객관적인 내용이 아닌, 너저분하고 앞뒤가 맞지 않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었습니다. 사회문화·예술계 인사들이 얼마나 과학기술에 ‘깡통’인지 조롱하기 위해 함정 투고를 한 거지요. 과학기술계와 사회문화·예술계가 전쟁에 가까운 논쟁을 벌이게 하는 불씨를 던진 겁니다.

과학전쟁은 소칼이라는 한 과학자가 벌인 해프닝만은 아니었습니다. 이전에도 과학기술계와 그 반대편은 끊임없이 갈등을 보여왔습니다. 이렇게 이질적인 두 진영이 만나 하나의 연구 분야, 산업부문을 만들어냈는데, 문화기술이 바로 그것이지요. 경계를 넘는, 어쩌면 기적에 가까운 일이 벌어진 겁니다.

통합·통섭·융합 같은 말이 유행하는 요즘입니다. 산업혁명 이후 한동안 표준화·전문화·효율을 강조하는 환경에서 우리는 살아왔습니다. 불과 얼마 전부터 표준화는 획일화, 전문화는 섹터주의, 효율은 비(非)창의라는 단어로 대체되는 세상을 지켜봅니다. 산업사회의 끝에 선 우리는 통합·통섭·융합을 통한 새로운 미래를 꿈꾸기 시작합니다. 그 우두머리 산업이자 연구가 바로 문화기술입니다.

취재팀은 다섯 나라를 방문했습니다. 미국과 일본, 프랑스와 독일, 그리고 싱가포르입니다. 그곳에서 과학기술과 문화예술이 만나 찬란한 꽃을 피우는 현장을 꼼꼼히 적어 기사화했습니다. 여러분을 융합의 세계로 안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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