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두리 獨 분데스리가 2호…'98+2' 車가문 영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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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붐 부자(父子)가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통산 1백골을 합작해냈다.

23일 새벽(한국시간) '차붐 주니어' 차두리(24.프랑크푸르트)가 헤르타 베를린과의 원정경기에서 헤딩골을 성공시키면서다. 지난해 1월 25일 빌레펠트 소속으로 분데스리가 첫 골을 뽑은 이후 13개월 만의 두번째 골. 아버지인 '차붐' 차범근(51) 수원삼성 감독이 분데스리가에서 기록한 98골과 합쳐 1백골째다.

프랑크푸르트는 차감독이 1979년부터 4년간 뛰었던 팀이다. 그래서 부자 선수가 한 팀에서 골을 넣는 기록도 만들어졌다.

지난 18일 독일 월드컵 아시아 예선 레바논전(수원)에서 선취골을 따냈던 차두리는 이튿날 프랑크푸르트에 복귀했다. 여행 피로가 채 안 가신 그를 빌리 라이만 감독은 베를린전에 기용했다. 팀이 2부리그 강등권인 17위로 처진 상황에서 차두리를 선택한 것이다.

보답하듯 차두리는 특유의 폭발적 돌파와 파워 넘치는 플레이로 적진을 휘저었다. 전반 18분 베를린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얻은 프리킥. 공이 전담 키커인 에르빈 스켈라의 발을 떠나는 순간 차두리는 왼쪽 골문 쪽으로 뛰어들며 백헤딩했고, 공은 네트에 꽂혔다.

"아버지가 좋아할 것 같아 더없이 기쁘다. 한국대표팀에서 골을 터뜨려 자신감을 얻은 것이 큰 소득이 됐다." 왼쪽 어깨를 다쳐 후반 16분 교체돼 나온 뒤 차두리는 이렇게 말했다.

터키 안탈리아에서 팀의 겨울훈련을 이끌던 차범근 감독은 숙소에서 TV로 이 경기를 지켜보다 환호성을 질렀다고 한다. 차감독은 79~80년 프랑크푸르트의 유럽컵 2연패, 88년 레버쿠젠의 유럽컵 우승에 기여해 분데스리가 사상 '가장 뛰어난 외국인 선수'로 이름을 새겼다. 하지만 1백골을 못 채운 아쉬움이 남았었다. 그 아쉬움을 15년 뒤 아들이 채워준 것이다.

독일 언론도 크게 보도했다. 'Cha machte bum, Berlin ging KO'(차가 붐을 일으켰고, 베를린이 KO당했다.일간지 빌트). 독일 축구팬들은 차감독에 대한 향수를 '주니어'에게서 찾고 있다. 2002년 월드컵 직후 독일에 건너간 차두리는 그간 큰 활약을 보이지는 못했다. 그러나 최근 기량이 붙으며 자신감이 살아났다. 차두리가 깨어난 프랑크푸르트는 이날 2-1승을 거두고 15위로 두 계단 뛰어올랐다.

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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