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매혹한 한국미술>근본재료를 지키는 뚝심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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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호 07면

멕시코 국제조각 심포지엄에서 발표한 ‘바람’

반백의 장발을 날리며 나타난 심정수(66)씨는 두툼한 신문철부터 내밀었다. 스위스에서 발행되는 여러 종의 신문마다 심씨 사진이 대문짝만하다. “지난해 11월 제막식을 한 스위스 ‘플뤼리(FLHLI) 국제조각전’에서 제 작품이 인기가 좋았어요. 스위스 현지의 자연 풍광에서 영감을 받은 ‘바람과 순환’이란 공공조형물로 엔트레부크라는 마을 한복판에 세워졌는데 한국이 어디 붙어있는지도 모르던 마을 사람들이 ‘코레아 원더풀’을 외치며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릴 땐 흐뭇하더군요.”

조각가 심정수

스위스 지방 자치구 연합이 기금을 조성해 후원한 이 국제조각전에는 영국·이탈리아 등 유럽 작가가 참가했지만 한국의 심정수씨가 좋게 평가받은 것이다. 그는 지난 몇 년 새 각종 국제조각전에 참가해 한국 조각의 이름을 높였다. 2006년 치앙마이에서 열린 국제조각 심포지엄, 2007년 멕시코에서 개최된 ‘톨테팩 국제조각 심포지엄’과 ‘산루이스 포토시 국제조각 심포지엄’은 세계 미술계에 한국 미술의 우수함을 알린 자리였다.

“치앙마이는 푸미폰 아둔야뎃 태국 국왕의 고향으로 국왕 탄신 80주년과 즉위 60돌을 기려 조성된 기념공원을 위한 조각전이었어요. 철을 재료로 한 ‘창조의 조화’란 7m 높이 작품이었는데 세계 10개국 작가, 태국 국내 작가 10명이 만든 작품 가운데 제 것이 미술 전문지 커버에 등장했죠.”

그는 전 세계 조각의 수준과 기술을 확인한 것을 큰 수확으로 꼽았다. 또 세계 미술의 주도권을 쥐고 흔들어온 미국이나 유럽과 대등한 위치에서 평가받은 점이 자극이 됐다고 했다.

스위스 엔트레부크 마을에 세운 ‘바람과 순환’.

“디지털 시대라 해서 젊은 미술 지망생들이 비디오 설치미술을 편애하는 모양새지만 돌이나 금속 같이 수천 년 인류가 지켜온 근본적인 재료를 다루는 조각도 중요합니다. 오는 11월 일민미술관에서 열 제 개인전에서 이런 아날로그 정신의 소중함을 보여주고 싶어요.”


심정수씨는 서울대 미대 조소과를 나와 ‘현실과 발언’ ‘비무장지대’ 동인으로 활동하며 ‘안중근 의사 흉상’ ‘세종대왕 동상’ 등 공공작품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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