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수와 5분 토크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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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호 15면

문인송년회에서 기타 연주 실력을 뽐내기도 했고, 한 달에 한 번씩 애청곡을 CD로 구워 지인들에게 돌릴 정도로 대중음악과 친밀한 김연수(38)는 소설에서만큼은 결코 ‘대중적’이지 않다. “요즘 지젝과 들뢰즈를 읽고 있는데, 내가 고민해온 것들을 진작에 그들이 말했더라”고 허탈해 하는 그는, 원하든 원치 않든 포스트모던적 사유 속에서 이해돼야 할 작가다.

현실과 허구, 진짜와 가짜, 진실과 거짓 등 이분법적 대립항에 회의를 던지며 “진짜라서 믿는 게 아니라 믿기 때문에 진짜인 것”으로 나아가는 문제의식은 특히 대표작 『꾿빠이, 이상』(2001, 문학동네)에서 두드러진다.

요절한 천재 작가 이상(李箱)의 확인되지 않은 유품 ‘데드마스크’와 ‘오감도 시 제16호 실화’를 둘러싼 진위 공방을 모티프로 한 이 작품에서 작가는 촘촘한 팩트(fact)들의 대립을 파고들며 ‘원본’의 신화를 해체한다. 문학적 진지성을 고수하면서도 사실주의로부터 벗어나는 기술, “도저한 역사에의 회의와 진실에의 안타까운 열망”(문학평론가 김병익)이 작품마다 똬리 틀고 있다.

그가 요즘 천착하고 있는 소재는 1930년대 만주 민생당 사건인데, 역사 기술의 여백에서 상상력을 발휘해 난수표 같은 ‘하이 패러디’ 소설을 써내는 그의 장기가 또 한번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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