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임형 투자' 기대가 컸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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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고객이 맡긴 자금을 증권사들이 자체 판단에 따라 굴려주는 일임형 랩 어카운트가 출시 후 4개월여만에 1조5천억원 자금을 끌어들이는 인기를 모으고 있다. 그러나 일부 상품은 아직 기대에 못미치는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삼성증권의 '시장 초과수익 추구형' 일임형 랩은 주식과 주가지수 선물을 동시에 사들여 시장의 등락에 관계없이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상품으로 미국 등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헤지(위험 회피)펀드와 유사하다. 출시 이후 4개월여 만에 3천8백여억원의 자금을 모집했다.

그러나 이 상품의 지난해 10월 말 설정 후 현재까지 수익률은 가입시기에 따라 -1~2%에 불과하다. 일부 손실이 발생한 것이다.

朴모씨는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한다는 말을 믿고 지난해 11월 6억원을 맡겼는데 지난 20일 현재 1천여만원의 손실이 발생했다"며 "회사에선 좀 더 기다려달라고 하지만 왠지 불안하다"고 말했다.

유사한 형태인 한투증권의 포트폴리오보험형은 지난해 12월 2일 이후 20일까지 0.74%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대우증권의 같은 상품은 지난해 11월 이후 20일까지 7.85%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삼성전자.SK 등 일부 종목을 제외하곤 주가가 오르지 않았던 지난 1월 가입자는 1% 내외의 수익률을 올렸을 뿐이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헤지펀드의 특성상 시장 상황에 따라 단기간의 수익률은 좋지 않을 수 있지만 1년 이상 운용하면 목표 수익률(연 7%)을 충분히 맞출 수 있다"며 "특히 배당이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에 수익률이 다소 낮게 나오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많은 금융공학 전문가들도 헤지펀드 형식으로 운용되는 상품은 몇개월의 단기 상황보다는 1년 이상의 중장기에 어떤 결과를 내는 지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증권사들이 상품에 '안정형''초과수익형' 등의 이름을 붙여 투자자들의 오해를 불러일으켰다는 지적도 있다.

대우증권 관계자는 "헤지펀드 형태의 랩은 시장이 좋든 나쁘든 일정한 수익을 얻는 저위험.저수익의 상품"이라며 "그러나 매일 조금씩 투자원금이 불어나는 것으로 투자자들이 오해할 수 있게 이름이 지어진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오해를 없애기 위해 삼성증권은 '시장 초과수익 추구형'이란 이름 대신 절대 수익을 추구하는다는 의미가 강한 '마켓 뉴트럴'이란 상품명만 사용하기로 했다.

한국투자증권 금융공학팀 조태운 대리는 "아직 랩 상품의 역사가 짧기 때문에 운용 후 최소 1년은 지나야 회사별.상품별 진정한 우열이 가려질 것"이라며 "따라서 가능한 한 여러 회사, 여러 상품을 자금을 분산 투자해 나름대로 투자위험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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