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장관, 6자회담 대표 누가 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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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서울 삼청동 인수위에서 열린 대통령직 인수위 외교통일안보분과위 업무보고에서 외교통상부 간부들이 이경숙 인수위원장의 인사말을 메모하고 있다. [사진=조용철 기자]

 “5년 전 이맘때 외교부 처지는 요즘 국정홍보처와 비슷했다.”

 40대의 한 외교관은 10년 만의 정권교체를 앞둔 기대감을 이같이 표현했다. 그는 “5년 전엔 한·미 관계를 재정립하겠다는 인수위원들 앞에서 그런 노선 변화가 초래할 외교적 득실을 설명하느라 식은땀을 흘렸다”고 설명했다. 새 정부의 초대 외교장관에 대한 하마평도 외교관들의 주요 관심사다.

 “장관엔 이명박 당선인과 가까운 인수위 출신이 온다더라”거나 “학자 출신은 어렵다. 주요국 대사를 역임한 현직 외교관 출신이 우세하다”는 등의 논란이 하루 종일 이어졌다.

 외교부 보직은 ‘천당과 지옥’으로 표현될 정도로 냉탕과 온탕이 뚜렷하다. 해외공관과 본부, 타정부기관 파견으로 복잡하고 해외공관도 격·오지가 많다. 이 때문에 외교부 장관은 ‘절대 군주’로 불릴 정도로 인사권이 막강하다.

 중간 간부급 외교관들은 새 장관으로 외풍을 막아줄 ‘힘 센 정치인’을 선호하는 편이다. 이들 중 일부 외교관들은 2005년 노무현 대통령이 ‘동북아 균형자론’을 발표한 뒤 진의 파악에 나선 미국을 설득하느라 진땀을 뺐던 기억을 악몽으로 꼽고 있다. 2005년 4월 노무현 대통령이 “미국인보다 더 친미적인 사람이 있다”며 외교부를 겨냥한 발언을 하자 반기문 당시 외교부 장관은 “외교부에 친미파가 없다”고 고백해야 했다.

 여기에다 6자회담 수석 대표에 대한 관심도 높다. 새 대표는 한반도에 새로운 평화 질서를 열어가기 위해 주변 4강과의 인적 네트워크를 갖추어야 하는 데다 북핵 이슈에 정통할 필요가 있다. 북미국장 출신의 위성락 전 주미공사 등이 적임자로 꼽힌다.

6자회담 차석 대표를 지낸 데다 미·일의 인적 네트워크에 강하고 북·미 간 뉴욕 채널을 뚫었던 실적이 평가를 받는다.

 새 정부가 한·미 관계의 복원과 강화를 외교 노선으로 내걸면서 외교부 내엔 부서 간 위상 변화도 예상되고 있다. 그 중심엔 대미 외교를 담당하는 북미국이 있다.

노무현 정부에서 한·미 관계, 북핵 외교를 청와대가 총괄·조정하면서 대미 외교 창구인 외교부 북미국은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외교부 북핵외교기획단의 지원 부서로 역할이 축소됐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청와대에서 열리는 안보관련 회의엔 북미국장 참석이 관례지만 노무현 정부에선 한때 참석 요청을 받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외교부의 한 소식통은 “현 정부에선 한·미 동맹의 미래에 대해 실행을 전제로 한 깊이 있는 논의가 이뤄질 수 없는 분위기였다”며 “뭔가 액션을 취할 수 있는 정책 윤곽이 없어 고립감이 컸다”고 고백했다.

다른 외교부 인사는 “북한을 자극할 수 있다는 이유로 한·미 관계를 강화하겠다는 말은 사실상 금기 언어였다”고 말했다. 그래서 새 정부에선 변화의 지향점이 북미국 위상 되찾기로 모아질 전망이다. 기대감만 넘치는 것은 아니다. 중국과 밀접한 관계를 이어가면서 부상했던 동아시아국(조직개편 전 아태국)의 경우 상대적으로 위축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있다.

글=정용환 기자 , 사진=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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