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비즈] 엉덩이 예쁜 차에 ‘필’ 꽂혔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6면

i30(아이서티)가 지난해 가장 많이 팔린 차는 아니다. 하지만 가장 주목 받은 차임엔 틀림없다. 중앙일보가 자동차 전문가와 뽑은 ‘2007 올해의 차’로 선정됐고, 호주에서도 ‘올해의 차’에 뽑혔다. ‘해치백의 무덤’으로 불리던 한국 시장에 지난해 ‘해치백 돌풍’을 일으킨 모델이기도 하다.

이 차를 디자인한 김재규·김형태 현대차 선임연구원은 i30의 예상 밖 선전을 이끈 공로자로 꼽힌다. 이들은 외관(김재규)과 내장(김형태)의 디자인을 맡아 2005년부터 1년 넘게 작업을 해왔다. ‘현대차가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는 i30 디자인의 탄생 스토리를 이들에게서 들어봤다.

i30의 초기 디자인은 네 가지 안이 있었다. 김재규(43) 연구원의 외관 디자인은 막판까지 유럽 연구소의 디자이너들의 것과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두 안 모두 유럽 스타일을 추구했지만 우리 디자인이 독특한 개성 면에서 더 앞섰다”고 그는 말한다.

i30의 내장과 외관 디자인을 담당한 김형태(左)·김재규 선임연구원. 지난해 해 치백 열풍을 몰고온 i30는 중앙일보가 뽑은 ‘2007 올해의 차’에도 선정됐다.

외관 디자인의 초점은 차의 엉덩이 부분인 뒷모습. 사람들이 평상시 운전할 때 가장 많이 보는 게 앞차의 뒷모습이기 때문이다. 밋밋하기 쉬운 해치백에 개성을 주기 위한 포인트로 그는 ‘오목면’을 택했다. “최근 자동차 디자인은 예전에 없던 새로운 ‘면’을 찾는 게 관건이에요. 과거엔 차에 볼록한 면만 있지만 거기에 오목한 면이 추가되면 강해 보이죠.”
 
i30의 뒷모습은 트렁크 부분이 오목하게 살짝 들어가 있어 볼륨감을 살린다. 이 오목면을 옆부분까지 이어갔다. 현대차 로고와 뒷문 손잡이를 하나로 합친 것도 새로운 시도. “오목면에 볼록한 로고와 손잡이를 넣으니까 포인트가 된다”는 설명이다.

17년째 자동차 디자이너로 일하는 김 연구원은 “i30가 인기를 끌면서 디자이너로서 힘을 얻었다”며 “외국 업체와 견줘도 손색 없는, 발전한 현대차 디자인을 기대해 달라”고 말했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아반떼보다 고급스럽게’
 
i30의 인테리어 디자인을 맡은 김형태(36) 연구원에게 주어진 과제였다. 폴크스바겐 골프나 푸조 307보다 비교우위를 보여줘야 해 부담이 더 컸다. 이를 위해 그는 계기판과 센터페시아(오디오와 에어컨 버튼이 있는 부분)의 디자인을 아반떼와 차별화했다. 유럽차에 맞춰 재질감을 높이고 스위치 하나하나의 정교한 품질에 신경을 썼다. 하지만 결정적인 난관에 봉착했다. 가격이었다.

“현대차를 상징하는 파란색 조명이 상대적으로 비싸요. 우리는 파랑을 고집하는데 관련 부서는 자꾸 원가가 낮은 노란색이나 빨간색으로 유도했죠.”
 
막판까지 줄다리기가 이어졌고, 양산을 6개월 앞두고 실내조명 색이 각각 다른 i30 4대를 만들었다. 네 차례에 걸쳐 경영진 설명회를 연 뒤에야 김 연구원이 고집한 파란색 조명으로 최종 결정됐다. ‘아반떼급 이상은 파란색 조명을 쓴다’는 기준이 생긴 것도 이때부터다.

미술대학 졸업 후 줄곧 현대차에서 일해온 김 연구원은 “현대차는 세계 자동차업계에서 후발주자인 만큼 할 수 있는 게 많다”며 “앞으로 이야기가 살아 있는 디자인을 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한애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