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실 대못질’ 호통 간데없고 … 인수위 앞 주눅든 홍보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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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새해 첫 공식 업무가 시작된 2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국정홍보처가 있는 7층은 하루 종일 적막감이 감돌았다. 불과 몇 주 전 북적대던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이곳은 모든 정부 부처가 눈치를 보던 곳이었다. 기자실 통폐합을 밀어붙였고, 이 과정에서 모든 정부 부처는 보도자료를 낼 때마다 사전조율을 거쳐야 했다. 기자실 폐쇄 문제로 기자들과 대립했던 외교통상부나 경찰청 홍보 담당자들은 홍보처의 압박에 곤욕을 치러야 했다. 정부 부처의 한 홍보 담당 사무관은 “홍보처 관계자의 호통 소리가 아직도 귀에 선하다”며 “지난해 청사 7층은 정말 서슬이 퍼렜다”고 말했다.

 하지만 3일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업무보고를 하루 앞두고는 곤혹스러워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홍보처 폐지’와 ‘기자실 원상 복원’을 공약한 상황에서의 업무보고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홍보처 직원들도 삼삼오오 모여 “정말 홍보처가 폐지되는 거냐” “폐지되면 우리는 어디로 가게 되느냐”는 얘기들을 주고받는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한 직원은 “부서 분위기가 마치 풍전등화 같다”고 전했다.

홍보처 관계자는 “홍보처 폐지론이 공공연히 나도는 상황에서 인수위 업무보고를 어떻게 해야 할지조차 애매한 상황”이라며 난감해했다. 이 관계자는 “인수위 업무보고를 앞두고 수차례 내부 회의를 거듭한 결과 현재 업무 추진 상황만 간단하게 요약해 보고하기로 결정했다”며 “구체적이고도 실질적인 향후 계획은 만들 수도 없고, 그럴 상황도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홍보처의 중장기 정책과 비전을 얘기해 봤자 지금 상황에서 전혀 현실성이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어차피 부서의 운명을 좌우할 ‘칼자루’는 인수위가 쥐고 있는 것 아니냐”며 “우리는 담담히 처분만 기다릴 뿐”이라고 말했다.

 홍보처는 부서 폐지론에 대한 반박 자료도 준비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고참급 사무관은 “직원들이 다들 체념하며 몸조심이나 하자는 분위기여서 부서 분위기가 영 말이 아니다”며 “앞날이 불투명하니 도무지 일손이 잡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창호 처장 해외 연수 갈 듯=기자실 통폐합의 주역인 김창호 국정홍보처장은 조만간 명지대 교수로 복귀한 뒤 6개월 정도 교환교수 자격으로 미국이나 캐나다로 떠날 것으로 알려졌다. 안영배 홍보처 차장은 아직 구체적인 거취를 정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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