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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그대가 희망입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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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24시간 뉴스 채널 CNN은 지난해 말 전 세계에 생방송된 ‘CNN의 영웅들’ 에서 케일라를 ‘놀라운 젊은이(Young Wonder)’ 부문 최종 수상자로 선정했다. 90개국에서 추천된 7000여 명의 후보 가운데 인도주의적 업적이 특히 뛰어난 것으로 평가된 부문별 영웅 여섯 명 중 한 명이다. 18세 이하를 대상으로 한 이 부문엔 케일라 외에도 유괴범 퇴치 요령이 담긴 동영상을 제작해 무료 배포한 14세 태권 소녀 댈러스, 문제아들도 공부에 흥미를 느낄 수 있게 눈높이 보상제도를 만든 17세 소년 조쉬 등이 추천됐다. 하나같이 자신이 속한 가족과 사회, 세상을 변화시킨 젊은이들이다.

어른들도 감히 엄두를 내기 힘든 일을 당차게 해낸 어린 영웅들을 보면서 문득 희망이란 단어를 떠올렸다. 질병과 재앙, 슬픔, 괴로움, 미움, 시기심 등 악한 것들로 가득한 ‘판도라의 상자’ 같은 세상이지만 그나마 이들이 ‘희망’으로 남아 있어 살 만하다 싶은 것이다. 2007년 한 해 한국 사회를 돌아봐도 그렇다. 입시 부정과 수능 오답 파문에 상처받고, ‘이태백’에 ‘88만원 세대’로 내몰리면서도 여전히 우리 젊은이들은 신통방통하게 제 몫을 해내고 있다.
 
어른들은 수능 등급제다 뭐다 해서 사교육 시장만 키우고 있는 사이 노트 정리법, 공부계획 짜는 법 등 알짜 공부 노하우를 공짜로 알려 주는 사이트(공신닷컴)를 연 젊은이들이 있다. “힘들었던 경험을 토대로 후배들에게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 주는 게 최대의 사회 공헌”이라는 명문대생들이다. 학생은 물론 학부모와 교사까지 하루 평균 25만 명이 찾는 이 사이트는 그 어떤 교육 개혁보다 삐뚤어진 교육 현실을 바로잡고 있다.

어른들은 국제 무대에서 잇속 찾기에 영 서툰 데 비해 은근한 노력으로 외교적 실리를 거두는 젊은이들도 있다. 전 세계 백과사전과 공공기관, 언론사를 상대로 꾸준히 홍보활동을 벌여 왜곡된 고구려사 기술을 정정하고, 일본해 단독 표기 대신 동해를 병기토록 만든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VANK) 회원들 얘기다.
 
얼마 전 발표된 유엔의 ‘세계 청년 보고서’를 보니 전 세계 15~24세 젊은이 12억 명은 역사상 가장 잘 교육받은 세대이면서도 가장 심각한 일자리 부족 사태에 직면해 있다고 한다. 그래서 한국뿐 아니라 대다수 국가에서 많은 청년이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시달린단다. 그러나 이들은 어른들을 탓하기보다 스스로 해법을 찾아내 살 길을 열어 간다고 이 보고서는 지적했다. 게다가 ‘제 코가 석자’이면서도 다른 이들에게 기꺼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기까지 한다. 그러니 새해엔 “애들이 뭘 알아?” 소리 쑥 집어넣고 부디 이 아이들만큼만 하시라. 절망의 샘에서도 희망을 길어 올리는 그 놀라운 긍정의 힘을 보고 배우자는 말이다.

신예리 국제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