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란 16년 만에 ‘황금 바벨’ 예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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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벨을 어깨에 걸친 장미란의 살아 있는 눈빛이 믿음직하다. 올림픽 역도 사상 둘째 금메달을 따낼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장미란이 지난해 12월 27일 태릉선수촌에서 스쿼트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임현동 JES기자]

 베이징 올림픽이 열리는 2008년 해가 떠오르면서 역도인들의 가슴이 설레고 있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남자 56㎏급에서 전병관이 첫 금메달을 목에 건 후 16년 만의 둘째 금메달이 성큼 다가왔기 때문이다. 두말할 필요 없이 기대주는 여자 75㎏ 이상(무제한)급의 장미란(25·고양시청)이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이후 4년은 장미란에게 절치부심의 세월이었다. 당시 탕궁훙(중국)의 용상 괴력 앞에 다 잡았던 금메달을 놓친 그였다. 타마스 아얀 국제역도연맹(IWF) 회장이 “진정한 금메달리스트는 장미란이다”고 했을 만큼 탕궁훙의 용상 성공 판정은 석연치 않았다. 하지만 장미란은 훌훌 털고 4년을 준비했다.

 역도대표팀은 지난해 11~12월 중국 창춘과 일본 가나자와 전지훈련을 통해 인상과 체력을 다졌다. 오승우 여자 역도대표팀 감독은 “뒤로 빠지던 미란이의 오른 다리도 수치상 균형비가 정상일 만큼 교정됐고, 체중도 113㎏에서 117㎏까지 늘렸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오 감독은 “중국 기자들이 훈련장으로 찾아와 미란이의 상태에 대해 끈질기게 물어 왔다”고 말했다. 장미란의 라이벌은 무솽솽(24·중국)뿐이다. 무솽솽은 지난해까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3년 연속 인상에서 장미란을 앞섰지만 용상과 합계에서 뒤져 눈물을 삼켰다. 이 때문에 중국이 이 체급을 포기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여자 역도는 7체급 중 한 국가에서 4체급까지만 출전할 수 있어 75㎏ 이상을 제외한 전 체급 석권이 가능한 중국이 무리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장미란은 “무솽솽이 불참한다고 생각지 않는다”며 “역도에서 최중량급은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무솽솽과 나의 기록 차가 거의 없어 중국이 쉽게 포기할 리가 없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최성용 대한역도연맹 부회장은 “무솽솽이 인상 2차 시기 쯤에 140㎏에 도전할 것이어서 미란이도 최소한 140㎏(개인기록은 138㎏)까지는 들어야 한다. 용상도 190㎏(개인기록 181㎏)을 들 수 있어야 금메달 안정권”이라고 내다봤다.

 ◆역대 최다 메달 도전=장미란 외에도 역도 대표팀엔 역대 올림픽 최다 메달(2개)에 도전할 만큼 유망주가 많다. 지난해 세계선수권 여자 53㎏급 인상에서 깜짝 금메달을 따낸 윤진희(22·한체대)가 메달을 노리고 있다. 남자부에선 용상이 세계 정상급인 77㎏급의 사재혁(23·강원도청)이 당일 컨디션에 따라 금메달까지 넘보고 있고, 같은 체급의 김광훈(26·상무)과 56㎏급의 이종훈(22·충북도청)도 자신의 기록만 내면 메달을 기대할 수 있다.

최 부회장은 “그간 시차 적응에 실패해 많은 메달을 놓쳤는데 베이징은 그런 약점이 없어 어느 때보다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글=이충형 기자 , 사진=임현동 JES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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