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택지 순천서 첫 시범개발-土開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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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집지을땅은 울퉁불퉁한 부분을 되도록 평평하게 고르는 것이 상식이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수십만평의 대단위 택지를 개발할때도 이러한 상식은 그대로 통용된다. 야트막한 동산 하나라도 불도저로 깡그리 밀어버리고 고층아파트를 짓는것이 한 가구라도 공급을 늘리는 방법이었다. 이러한 통념을 깨고 구릉지와 같은 자연지형을 완전히 보존해 산간마을로 조성하는 방식의 그린 택지개발지구가 등장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토지개발공사는 최근 자연지형을 활용한 단지개발방안을 마련 전남 순천연향2차택지개발지구에 이를 처음 적용키로 했다.
◇사업개요=순천시연향동일대 10만8천평에 3천2백73가구 13만여명이 거주할 수 있게 계획된 이 택지지구는 최고.최저지점고도차가 70m에 달하는 남고북저(南高北低)의 구릉지형이고 동남쪽은 스키장 중급자 슬로프에 해당하는 20% 급 경사를 이룬다. 〈사진 점선안〉 토개공은 당초 구릉지를 완전히 깎아버릴 계획을 세웠다가 절토공사비 과다로 사업성이 없다는 판단을 내리고 지난달 자연지형을 그대로 살리기로 방침을 변경했다.
올해 상반기 건설교통부 개발계획 변경승인 절차를 거쳐 12월께 택지조성 공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평지부분은 아파트단지를 중심으로 연립.단독주택지를 곳곳에 배치하는 통상적 택지개발유형을 따르지만 관심을 끄는 부분은 구릉지 개발방식이다.
◇구릉지 활용계획=토개공은 경사가 15도 안팎인 완만한 구릉지에 전체 단독택지의 3분의 1가량인 2백여가구의 단독택지와 소규모 집합주택을 배치하고 주변 30~40년생 소나무숲을 그대로 살려 자연정취와 「우리동네」라는 친근감을 한껏 누릴 수 있는 전원풍 산간마을을 조성할 계획이다.
단독택지는 등고선을 따라 일렬,또는 군집형으로 배치하거나 경사면을 단계적으로 잘라 테라스형으로 조성할 계획이며 경사가 급한 수직도로를 피하고 꾸불꾸불한 곡선도로.보행자 전용로를 충분히 뚫기로 했다.
토개공 구영모(具英模)기술본부장은 『이처럼 자연지형을 살릴 경우 개발과 자연보존을 조화시키고 평지일변도의 단조로운 택지상품을 차별화할 수 있다는 이점 이외에 공사비 절감으로 택지분양가도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릉지 때문에 토지 가용(可用)면적이 사업지의 64.2%에서51.4%로 줄어들긴 하지만 절토공사비와 조성원가가 크게 절감돼 택지의 평당공급가를 평균 63만9천원에서 53만9천원으로 10만원 낮출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약도참조〉 다만 상하수도 설치비용이 평지보다 더 들고 집이빨리 들어서지 않을 경우 토사유출 우려가 크다는 점,중.저소득층의 호응이 낮다는 점등은 앞으로의 개선과제로 남았다.
토개공은 평지의 택지개발 후보지가 점차 고갈돼 구릉지가 널리분포된 지역을 택지지구로 지정할 수밖에 없는 추세에 맞춰▲적설량이 적고▲자연경관이 빼어나며▲주변 식생을 보존해야 할 필요가큰 곳을 중심으로 자연지형을 활용한 택지개발 방식을 확대할 계획이다. 〈洪承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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