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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바로잡습니다] 물리Ⅱ 복수 정답 혼란 수능 발표 전 지적 못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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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사회 

2008학년도 대학입시는 유난히 길고 혼란스러웠습니다. '죽음의 트라이앵글'로 불리는 내신.논술.수능 준비에 고교 3년간 진을 뺐던 89년생 수험생들은 연말까지 우왕좌왕했습니다. 점수 표시 없이 1~9등급만 제공하는 첫 평준화 수능 등급제에 따라 성적표를 받아 든 날(12월 7일), 1점 차이로 등급이 갈린 수험생들은 엉엉 울었습니다. 불행은 계속됐습니다. 정시모집(20일)이 시작됐는데 물리Ⅱ 11번 문항의 복수 정답 인정(24일) 사태가 터진 것입니다.

그러나 물리Ⅱ 복수 정답 혼란은 언론이 조금만 신경 썼더라면 얼마든지 막을 수 있었습니다. 수험생들은 11월 15일 수능을 치른 뒤 물리Ⅱ 11번 문항이 이상하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그 내용은 수능 출제.채점 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www.kice.re.kr) 홈페이지에서 누구라도 볼 수 있었습니다. 중앙일보는 11월 19일자 12면에 '이의 신청 260여 건… 지난해보다 2배 많아'라는 짤막한 기사로 단순하게 다뤘습니다. 물론 260여 건의 이의 신청을 일일이 검토할 시간도, 전문지식도 부족했습니다.

교육부가 복수 정답을 인정한 뒤 보도에도 아쉬움이 남습니다. 등급을 재산정하면 적지 않은 혼란이 예상된다는 보도가 주류를 이뤘습니다. 하지만 막상 등급을 다시 받은 수험생들의 추가 모집이 진행되는 과정은 예상보다 차분했습니다.

변양균.신정아씨 관련 사건은 학력 위조 사건에서 시작돼 권력 실세의 부적절한 치정과 그에 따른 권력 남용까지 얽혀 세인의 관심이 뜨거웠습니다.

이를 추적하는 언론의 취재 경쟁도 그에 못지않았습니다. 하지만 의욕이 지나치다 보니 미처 사실 확인을 완벽하게 못 한 채 기사를 내보낸 경우도 있었습니다.

본지는 신씨 관련 의혹을 최초로 제기한 장윤 스님에 대해 '호화판 잠행 의혹'(9월 6일자 12면)이라고 기사화했습니다. 당시 언론 노출을 극도로 꺼리던 장윤 스님의 차량이 서울의 고급 호텔에 들어서는 모습이 목격된 직후 '하루 숙박료가 120만원 수준인 호텔에서 묵고 있다'고 쓴 것입니다.

그러나 당시 수도권 지역의 사찰에 머물던 장윤 스님은 이날 검찰 소환 조사에 대비해 변호사와 관련 내용을 논의하고자 호텔을 찾았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정보를 한 발 먼저 전하고자 한 취재 의욕이 무리한 추론으로 이어졌고, 결과적으로 개인의 명예를 훼손했습니다.

샘물교회 단기선교단 23명이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 세력에 의해 납치된 사건은 두 명의 희생자까지 낸 비극이었습니다.

본지를 비롯한 언론은 '선교'라는 단어를 자제해 달라는 샘물교회 측 요청에 따라 '봉사단'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인질들의 목숨이 달려 있는 만큼 민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여러 사실관계를 따져볼 때 봉사단이 아닌 선교단이 정확한 표현이었습니다. 이미 해외 언론들은 대부분 선교단이라는 용어를 쓰고 있었습니다. 한국 독자들만 진실과 어긋난 보도를 접하게 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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