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상황 따라 ELS도 진화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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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지난 12일 증권가에서는 대우증권의 '인덱스 하나더 주가연계증권(ELS)'이 설정된지 6개월 만에 40.9%(연 81.8%)의 수익률을 기록해 화제가 됐다. 이 상품은 지난해 8월 종합주가지수가 727이었을 때 설정된 것이다. 그러나 최근 주가지수가 900선 언저리까지 오르면서 새로 ELS를 설정해도 그와 같은 고수익을 올리기 어려울 것으로 보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투자자들의 이 같은 심리를 반영해 은행.증권.투신사들은 새로운 형태의 ELS를 속속 내놓으며 재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투자자들의 요구와 증시 상황에 맞춰 ELS상품이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진화하는 ELS='주가가 많이 올랐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주가가 오를 때뿐 아니라 내릴 때도 일정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양방향 ELS'가 줄을 잇고 있다. 대한투자증권이 이달 말부터 판매하는 '지수연동투웨이채권'은 코스피(KOSPI)200 지수가 30% 미만까지 상승하면 최대 연 15.9%의 수익률을, 반대로 지수가 5~20%까지 하락하면 최대 연 3.9%의 수익률을 얻을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국민.우리.조흥.부산.대구은행 등도 지수 상승은 물론 하락시에도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양방향성 지수연동예금(ELD)를 내놓았다.

대투 관계자는 "양방향성 ELS는 지수 상승형 상품에 비해 수익률은 낮지만 주가 하락시에도 은행 정기예금보다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또 굿모닝신한.대우.삼성.LG투자증권은 3개월 또는 6개월 단위로 수익률을 확정지을 수 있는 ELS를 내놨다.

굿모닝신한증권이 최근 3일 만에 2백45억원어치를 판매한 '해피엔드 ELS 투스타'는 만기가 3년으로 비교적 길지만 3개월에 한번씩 수익률을 확정지을 수 있도록 해 환금성을 높였다. 3개월간 주가가 기준가격보다 한번이라도 상승하면 연 10%의 수익률을 자동 확정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3개월마다 자동적으로 만기가 연장된다. 결국 2년9개월 동안 주가가 기준시가를 넘지 못하다가 마지막에 상승했다면 연간 10%씩 3년간 총 30%의 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삼성증권이 23일부터 판매하는 '셋 메뉴 6챈스 ELS'도 특이한 구조를 가졌다. 만기 3년간 수익률을 확정할 수 있는 기회를 여섯번 주되 투자금액의 50%에 대해서는 연 9.2%의 확정수익률을, 나머지에 대해서는 주가가 상승 또는 하락에 맞춰 추가의 수익률을 얻을 수 있도록 돼 있다.

이들 상품은 특히 코스피200 대신 삼성전자.국민은행.LG화학 등 우량주의 주가를 기준지수로 삼고 있다.

굿모닝신한증권 김상효 차장은 "개별 종목은 코스피200에 비해 변동성이 높아 수익을 얻을 기회가 많다"며 "다만 하락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삼성전자 등 우량주를 선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의할 점=ELS가 인기를 모았던 이유는 펀드에 대한 불안감이 높았던 투자자에게 원금보장성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종합주가지수가 900에 근접할 만큼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원금보장 기능을 높이려면 수익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연 10% 이상의 고수익을 내면서 원금까지 보장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실제로 상당수의 양방향 ELS나 조기 수익 확정형 ELS는 지수하락폭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원금보장이 안된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원금을 보장하는지, 아니면 원금보장을 추구하는 형태인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최고 수익률에 현혹돼서도 안된다. 말 그대로 최고 수익률이지 그보다 못한 수익률도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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