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하 다 녹으면 세계 해수면 60m 상승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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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호 07면

지난달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세종기지를 방문했다. 유엔 사무총장이 남극을 방문한 것은 처음이다. 반 총장은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남극을 방문했다”며 “지구는 인류의 단 하나뿐인 안식처”라고 강조했다.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이 부각되면서 그 최전방에 있는 남극에 세계의 시선이 모이고 있는 것이다.

올 한 해 지구온난화로 주목받은 남극은

남극은 남위 60도 이남의 남극해와 대륙을 통칭한 것이다. 남극 대륙은 한반도의 약 62배 크기며, 남극해는 전 세계 대양의 10%를 차지한다. 남극은 또한 지구 담수의 90% 이상이 얼음 형태로 존재하는 곳이다. 이 빙하가 다 녹으면 지구 전체의 해수면이 60m 상승한다. 최악의 지구온난화 시나리오는 남극 빙하가 녹는 데서 시작된다.

남극은 원시적 환경이 살아있어서 지구에 인위적인 변화가 나타나면 가장 먼저 그 징후가 나타난다. 1985년 오존층 구멍을 남극에서 처음 발견한 것이 좋은 예다. 청정지역이기 때문에 대기오염 등 환경에 관한 연구의 최적지로도 꼽힌다. 운석·오로라 등 우주과학 연구에 훌륭한 환경이다.

자원의 보고로서도 가치가 있다. 풍부한 석유·천연가스, 광물·수산자원이 있다. 1998년 남극환경보호의정서에 의해 2048년까지 남극 자원의 개발은 금지돼 있다. 연구 목적으로 극소량의 샘플을 채취하는 것만 가능하다. 하지만 국가 간의 보이지 않는 분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이상훈 세종기지 월동대장은 “언젠가 있을 분쟁에 대비해 ‘실질적 점거’와 ‘역사적 연고권’을 미리 마련해 두려는 시도들이 끊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기득권 선점 경쟁이 치열하다는 얘기다. 세종기지 인근에 두 개의 기지를 둔 칠레의 경우 기지 내에 칠레 국내전화·우체국을 두고 장교 부부를 보내 출산을 하게 하며, 자국령 남극 해도를 발간한다. 1944년 최초로 남극 기지를 건설한 영국도 ‘남극 영국령’ 지도를 국제회의에서 공공연히 배포하고 있다. 이 대장은 “연구는 현 상황에서 필요한 명분이고 그 이면에는 해외 영토 개발 전쟁을 하고 있는 셈”이라고 했다.

우리나라는 88년 세계에서 18번째로 남극에 상설기지를 건설했고, 89년 남극조약의 23번째 당사국이 됐다. 세종기지에선 일년 단위로 월동연구대가 상주 근무한다. 현재 제20차 월동대는 17명이다. 12~2월인 남극의 여름철엔 매년 120명가량의 연구진이 찾는다. 세종기지는 내년 2월 20주년을 맞는다. 다음달부터 3개월 예정으로 대규모 기지 개조공사에 들어간다. 최신 기계 등이 도입돼 연구가 더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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