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미술관으로 오세요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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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호 20면

아이들은 어떤 장소라도 놀이터로 삼을 수 있다. 생생한 감각을 지닌 아이들은 어른이라면 멀찌감치 떨어져 감상하는 명화도 가까이에서 들여다보고 만지고 싶어하고 신기해하곤 할 것이다. 그렇다 해도 그런 아이들을 제지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고 올바른 부모의 자세이기도 하다. 아이들이 놀이터처럼 뛰어 놀며 몸으로 미술을 익힐 수는 없는 것일까?

베르너 팬톤 어린이워크숍 ‘팬톤팬톤딸'

‘20세기 디자인 혁명-베르너 팬톤’ 부대행사로 기획된 어린이 워크숍 ‘팬톤팬톤’과 국립현대미술관이 마련한 ‘방방 숨은그림찾기’는 이런 아쉬움을 풀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방학을 맞은 아이들이 색채와 형태의 감각을 몸으로 익힐 수 있도록 짜였다.

덴마크 출신으로 1998년 세상을 떠난 베르너 팬톤은 당시만 해도 신소재였던 플라스틱과 기하학적 구조를 활용한 의자로 관심을 모으기 시작했던 20세기의 대표적인 디자이너다. 가구와 램프, 건축을 망라하는 그의 디자인은 지금까지도 새로운 디자인으로 응용되며 사랑을 받고 있다.

그의 작품과 관련 자료를 선보이는 ‘20세기 디자인 혁명-베르너 팬톤’은 빼어난 가구 소장품으로 이름난 비트라 디자인 미술관이 주최하는 순회 전시의 일환. 전시뿐 아니라 출판과 워크숍 등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비트라 미술관은 교육 프로그램도 보유하고 있는데, ‘팬톤팬톤’은 그 프로그램을 한국 상황에 맞게 응용한 것이다. 프로그램은 연령에 따라 다르다.

색을 고르고 그림을 그려 직접 큐브를 꾸미고, 자기 손으로 패턴을 디자인해 쿠션을 만들고, 빛의 원리를 탐구해 색깔 조명을 만드는 것이 내용. 생명력과 천진함이 넘치는 베르너 팬톤의 세계를 체득할 수 있다.

‘방방 숨은그림찾기’에선 아이들이 여러 가지 방을 돌아다니며 미술품을 경험해 볼 수 있다. 그림책에서만 보던 동물이 설치미술로 자리를 잡고 있고, 인공 모피로 만든 퍼즐을 입체적으로 배치해 아이들을 신기한 세계로 빠져들게 한다. ‘종이 옷 입히기 놀이’를 통해선 미술작품이 종이 인형 놀이처럼 친근한 장난감으로 변신한다.

단지 보기만 하는 전시를 넘어 보고 느끼고 만지며 아이들의 상상력을 키우겠다는 것이 기획 의도. 근엄한 공간이기만 했던 미술관에서 아이들과 함께 놀 수 있다면, 어른들의 잃어버린 감각도 새롭게 깨어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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