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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는 항상 뒤늦게 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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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첫째, 불효부모사후회(不孝父母死後悔)다. 불효하면 부모가 돌아가신 뒤에 후회하기 마련이다. 올 초 장모마저 돌아가셔 아버지·어머니·장인·장모가 모두 세상을 뜬 ‘고아(孤兒)’된 입장에선 더욱 절감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가시고 나서 후회해도 소용없다. 살아 계실 때 말 한마디, 낯빛 하나라도 제대로 해야 한다.

 둘째, 불친가족소후회(不親家族疏後悔)다. 가족끼리 친하지 않으면 멀어진 뒤에 후회한다. 자식이든 배우자든 가까이 있을 때 잘해야 한다. 멀어진 뒤엔 소용없다. 자식은 품 떠나면 그만이고 부부는 멀어지면 남만도 못해지는 법이다.

 셋째, 소불근학노후회(少不勤學老後悔)다. 젊어서 부지런히 배우지 않으면 늙어서 후회한다. 나이 들어 공부하려면 분주하기만 하지 여간해서 성과 내기가 어렵다. 공부엔 다 때가 있기 마련이다. 그 때를 놓치면 후회한다.

 넷째, 안불사난패후회(安不思難敗後悔)다. 편안할 때 어려움을 생각하지 않으면 실패한 뒤에 후회한다. 제왕의 교과서라 할 『정관정요』에도 ‘거안사위(居安思危)’라는 말이 나온다. 편안함에 거할수록 위기를 생각하라는 것이다.

 다섯째, 부불검용빈후회(富不儉用貧後悔)다. 풍족할 때 검약하지 않으면 가난해진 뒤 후회한다. 새뮤얼 스마일스가 『검약론』에서 말했듯이 진정한 검약은 인색함이 아니라 적절함이다. 돈을 쓰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제때 제대로 쓰라는 것이다.

 여섯째, 춘불경종추후회(春不耕種秋後悔)다. 봄에 밭을 갈아 씨 뿌리지 않으면 가을에 후회한다. 거둘 곡식이 없기 때문이다. 준비에 실패하는 사람은 결국 실패를 준비하는 것이다.

 일곱째, 불치원장도후회(不治垣墻盜後悔)다. 담장을 제때 손보지 않으면 도둑 든 뒤에 후회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쳐 봤자 소용없다. 미리 챙겨보고 대비해야 한다.

 여덟째, 색불근신병후회(色不謹愼病後悔)다. 여색을 삼가지 않으면 병든 뒤에 후회한다. 몸의 병도 문제지만 마음의 병은 더 깊기 마련이다.

 아홉째, 취중망언성후회(醉中妄言醒後悔)다. 술에 취해 함부로 말하면 술 깬 뒤에 후회한다. 술이 말을 삼키면 감당할 수 없다. 자중해야 한다.

 열 번째, 부접빈객거후회(不接賓客去後悔)다. 손님을 제대로 대접하지 않으면 떠난 뒤에 후회한다. 손님만이 아니다. 기회도 마찬가지다. 노무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한때 천하를 거머쥔 듯 발호했던 안희정씨가 스스로 ‘폐족(廢族)’ 운운하는 글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다. 하지만 5년 전 천재일우의 기회가 왔을 때 잘했어야 했다. 지나고 난 뒤에 후회해 봤자 소용없다.

 마찬가지로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와 이제 갓 출범한 인수위는 5년 뒤 뒤늦은 후회가 없도록 해야 한다. 그러려면 국민과 역사 앞에 더 겸허한 자세로 국궁진력(鞠躬盡力)하며 새 꿈을 생산해 낡은 후회마저 밀어내야 한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은 『나이 드는 것의 미덕』이란 책의 마지막 문장을 이렇게 썼다. “후회가 꿈을 대신하는 순간부터 우리는 늙기 시작한다.” 그렇다면 이 말을 뒤집어서 “꿈이 후회를 뒤덮으면 우리는 나이는 들지언정 결코 늙진 않는다”고 말할 수 있지 않겠나. 한 해를 마감하는 지금, 우리 모두 새 꿈이 낡은 후회를 뒤덮게 하자. 그것만이 새로운 미래를 여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정진홍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