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벅이 족 데이트 노하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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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어디 가서 데이트를 하지?”
직장인 뚜벅이 K씨는 여자 친구와의 데이트 코스를 생각하면 난감하다. 여자 친구가 매번 데이트마다 이벤트를 벌여 주기를 원하거나 기억에 남는 특별한 일을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오늘은 어딜 가서 무엇을 해야 할지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다. 그게 또 성공적인 데이트를 위해 갖춰야할 기본적인 ‘센스~!’ 아니겠는가. 게다가 차가 없기 때문에 서울 근교로 심야 드라이브를 떠나는 일 따위는 아예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처지다.
이런 K씨에게 듀오 커플매니저 연예 강사 이명길 씨가 몇 가지 조언을 들려주었다. 이름 하여 ‘뚜벅이만의 저비용 고효율 성공 데이트 노하우’.

1. 데이트 코스는 사전에 계획한다.
“어디 갈래?” “자기가 가고 싶은 곳으로 가.” “글쎄, 나는 아무데나 상관없는데.” “나도 아무데나 괜찮아.”
아무데나 괜찮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조금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아무데나 가고 아무거나 먹는 건 곧 아주 많이 오래된 연인이거나 곧 헤어질 연인의 코스다. 특히 요즘 같은 겨울철에는 밖에서 고민하면서 입씨름을 하다보면, 그게 말싸움이 되고, 감정싸움이 된다. 때문에 “이제 우리 뭐할까?” “이제 우리 어디 갈까?”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은 바보 같은 행동이다.
또한 비용절감 차원에라도 데이트 코스를 미리 짜두는 것이 좋다. 예산에 맞는 코스를 내가 짜야 예상치 못한 지출을 줄일 수가 있기 때문이다. 월급날이 며칠 안 남아 지갑이 한없이 가벼워진 요즘이라면 섣불리 “뭐 먹으러갈까?” 했다가 “맛있는 스테이크 어때?”라는 대답이 돌아온다면 잠시 현기증이 날지도 모를 일이다.

2. 어딘가에 갈 때는 왜 그곳인지에 대한 ‘이유’를 챙겨야 한다.
“오늘은 날씨도 그런데 ‘설렁탕’ 먹으러 갈까요? 어, 여기 있네요! 그냥 여기 가죠!”
눈에 띄어서 그냥 들어가는 건 친구들과 해도 충분하다. 아주 사소하더라도 ‘왜’ 그곳에 가야 하는지 이유를 찾아내야 한다.
“오늘은 날씨가 싸늘해서 따뜻한 국물 먹고 싶지 않으세요? 제가 오늘 ○○ 씨 만나러 나오다가 이 근처 맛 집을 검색해 봤는데 저기 저 집이 ○○○방송에 나온 유명한 집이래요! 오늘은 저기 가서 먹죠!”
똑같은 5천 원짜리 설렁탕 한 그릇을 먹더라도 “어, 여기 있네요. 그냥 여기 가죠!”라고 하는 것보다는 “여기저기 알아봤더니 여기가 소문난 집이더라고요.”라고 말하는 것은 음식의 가치를 한 차원 높이고 데이트를 고품격으로 만든다. 게다가 한 손에 약도를 들고 물어물어 찾아가는 동안 이미 데이트의 충족감은 이미 절반은 채워진 셈이다.

3. 이성보다는 감성을 적극 활용해라.
뚜벅이 족으로 데이트를 하려면 감성을 잘 활용해야 한다. 게다가 요즘 같은 겨울철은 그런 감성 데이트의 적중확률이 매우 높다. 산을 타는 사람들만 ‘저체온증’을 조심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뚜벅이들 역시 상대가 추위에 벌벌 떠는데도 제대로 내색도 못하는 건 아닌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자신에게는 꼭 필요 없을지라도 목도리를 하고 나가 상대에게 걸어준다거나 따뜻한 손난로를 준비하는 등의 마음 따뜻한 배려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5. 차가 없다고 주눅이 들어서는 안 된다.
차가 없다고 저렴한 데이트를 하는 것에 대해 주눅이 들어서는 안 된다. 내 스스로가 자신감이 떨어지게 되면 상대는 그것을 바로 느끼게 된다. 지금은 그렇지만 언젠가는 꼭 ‘성공’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과 ‘자신감’을 가지고 그것을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 얼굴만 잘 생겼어도, 키가 180cm 넘었어도, 차만 있었어도, 직장만 좋았어도, 연애를 할 수 있었을 텐데. 절대 아니다! 지금 당신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차와 돈이 아니라 ‘자신감’이다.

객원기자 정유진 yjin78@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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