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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현대 해체 뒤 재창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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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60억원에 서울 연고.

신상우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는 27일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T가 프로야구단을 창단한다고 발표했다. 사실상 현대 인수다. 같은 시각 KT도 보도자료를 통해 프로야구단 창단 추진을 공식화했다.

그러나 사실상 현대를 헐값에 매각하는 데다 서울 입성에 따른 조건도 없어 성사까지는 난관이 예상된다. KBO와 KT 모두 이사회의 승인을 남겨놓고 있다.

신 총재는 이날 “매입 대금은 없고 KT에 가입 조건으로 기금 60억원을 요구한 것이 전부”라며 “거의 공짜로 가져가라 해도 나서는 기업이 없었을 만큼 절박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1996년 현대가 태평양으로부터 구단을 인수할 때 내놓은 430억원은 물론 올해 현대 운영비로 KBO가 지급보증을 선 131억원의 반도 안 되는 액수다. 신 총재는 “60억원으로 우선 빚을 갚고, 모자라는 액수는 내년부터 KBO에 기금이 모이는 대로 갚아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KT의 연고지는 서울이고, 1만5000석 규모의 목동 구장을 내년부터 사용할 계획이다. 목동 구장은 서울시가 53억원을 들여 리모델링 중이다.

◆구단 반발 어찌하나=KBO는 구단 사장들로 구성된 이사회와 구단주 총회에서 승인을 받아야 한다. KBO는 17일 이사회에서 기업명(KT)을 밝히지 않은 채 인수 조건에 대해 동의를 구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구단주 총회로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신 총재는 “1월 초에 구단주 총회를 열어 승인을 받겠다”고 말했다.

각 구단의 반발은 만만치 않다. 우선 KT가 서울로 연고지를 이전하면서 내야 할 연고지 보상금 54억원을 총재가 일방적으로 탕감한 데 대해 서울 연고인 두산과 LG의 입장은 강경하다. 두산 김진 사장은 “구단들의 의견을 무시한, 원칙 없는 결정이다. 이런 식이면 앞으로 생길 구단들은 다 서울에 연고를 정하려 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지방 연고의 한 구단 사장도 “KT의 참가와 8개 구단 유지는 환영하지만 131억원을 60억원만 받고 탕감해 준다는 조건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그 돈은 KBO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돈이 아니라 공적 자금”이라며 “이번 인수 건이 좋지않은 선례를 남길 수 있다”고 말했다.

 KT도 이사회 승인을 거쳐야 하지만 반대 의견을 내놓는 이사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T 입장에선 구단 인수 절차가 마무리된다 해도 창단까지 할 일이 많다. 보류선수로 등록된 63명과 내년 1월까지 재계약을 마쳐야 한다. 구단 재정을 정상화하고 외국인선수 물색도 시급하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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