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학이 달라졌다…국립대 법인화 4년 ③ 시미즈 기요시 문부과학성 국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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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미즈 기요시(淸水潔.사진) 문부과학성 고등교육국장은 사실상 일본 대학 교육정책을 좌지우지한다. 대통령제인 우리와 달리 일본은 의원내각제다. 장관은 정치인 출신이 임명되기 때문에 전문적인 정책은 관료들이 대부분 만든다. 지난달 14일 그의 사무실에서 일본 정부의 대학 정책에 대해 들었다. ( ) 안은 대학 관계자들이 전한 실상이다.

-일본 정부는 대입에 어느 정도 간섭하는가.

"매년 대학에 '대입 선발 실시 요령'을 통보하지만 선발 방식의 다양화와 명확한 입학사정 제시 요구 등이 주요 내용이다. 기본적으로 정부는 대학에 다양한 방식으로 선발하라고만 요구한다. 일반 선발, 추천 선발, 어드미션 오피스(AO:서류심사.면접 등 혼합 방식) 등 다양한 방법이 있다. 그러면 대학들은 교육이념.내용 등에 따라 자율 선발한다. 다만 기부금 입학은 금지하고 있다. 시험의 공정성을 해치고, 부정이 생길 수 있다."(이마무라 마사하루 리쓰메이칸대 재무부장, "일본의 사립고 학생들은 시험 없이 같은 재단 대학에 자동 입학할 수 있다.")

-일본에는 한국의 수능과 같은 대입센터시험이 있다. 대학의 이용 방법에 대한 일본 정부 방침은.

"이 시험은 고교 기초학력 달성 정도를 측정한다. 6교과의 28개 과목에서 실시되는데, 대학이 자율적으로 이용 방법과 과목 수를 정한다. 올해는 4년제 대학의 경우 국.공립대는 모두 반영하고, 사립대는 85%만 이용했다. 대입 수험생 68만여 명 가운데 26%인 18만여 명이 응시하지 않았다."(히라오 기미히코(平尾公彦) 도쿄대 부학장, "도쿄대는 학부별로 5~6개 과목을 반영하지만 변별력이 없어 국어.영어 등 7~8개 과목으로 실시되는 2차 시험이 당락을 결정한다." 일 정부는 국립대에 대해선 일부 과목을 반영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니시무라 다로(西村太良) 게이오대 이사, "수험생 모두 센터시험 성적이 좋아 구별이 안 된다. 2개 학부만 반영했는데, 내년에는 약학부도 이용하지 않을 방침이다.")

-일본 정부는 사립대에 어느 정도 관여하는가.

"일본은 사립대가 80%다. 사립대에 대해선 국가가 뭐라고 말할 수 없다. 대학들이 서로 보고 배워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발전 모델을 찾아 자율적으로 운영토록 한다는 것이 원칙이다. 연구는 전략적으로 지원하면 된다. 대신 2005년 사립학교법을 개정해 재산등록 등 정보 공개를 의무화했다."

-법인화된 국립대에 대해선 어떤가.

"법인화는 국립대에 에너지를 심어줬다. 대학의 자율성이 높아지고, 학교법인 제도가 개선됐다. 민간 경영기법을 도입해 최고 수준의 경영을 하고, 탄력적인 민간형 인사 시스템을 도입해 대학이 자주적으로 발전하도록 한다는 것이 목표다. 공립대 역시 지방자치단체의 판단에 따라 법인화를 추진 중이다."

-바람직한 대학상은 무엇인가.

"대학은 많다. 그러나 학생에게 도움이 되는 고등교육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대학별로 적합한 역할과 기능을 찾아 분화시켜야 한다. 그래서 세계에 통하는 대학, 지역과 세계에 공헌하는 대학을 만들어야 한다."

-대학의 경쟁력 강화 방안은.

"국립대 법인화 등 운영 시스템의 근본 개혁, 대학의 질 보증과 향상을 위한 제도 개혁, 국제경쟁력 강화, 산학 제휴와 지적재산권 전략 추진 등 크게 네 가지다. 지적재산권 전략은 성과가 크다. 대학 벤처기업이 2000년 128개사에서 지난해는 1347개로 늘었다. 다양한 기관의 대학 평가도 매우 중요하다."

-대입 학생 수가 줄고 경쟁이 치열해져 경영이 어려운 대학도 있는데.

"경쟁은 중요하다. 그러나 전문대가 줄고, 어려운 지방대가 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문 닫는 대학도 있다. 경영난을 겪는 사학법인은 경영을 개선하고, 공동 대응도 해야 한다. 또 학생 감축 이외에 재정 확충을 위한 다양한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도쿄=오대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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