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 되돌아본 甲戌-政街.기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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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여야가 모두 전당대회를 연기해 전당대회없는 한해를 보냈으나 정치는 한햇동안 돌고돌아 전당대회 정치로 다시 돌아왔다.김종필(金鍾泌)대표가 용퇴를 시사하고 이기택(李基澤)대표가 12.12투쟁을 벌이자 정치권은 이를 「양당 대표의 동시 반란」으로 해석했다.특히 김대중(金大中)亞太평화재단이사장의 행보가 빨라지자 내년중 정계개편등「을해정변(乙亥政變)」을 점치는 시각도대두됐다.
밋밋하던 정가가 활기를 띠기 시작한 것은 8.2보궐선거부터.
박철언(朴哲彦)前의원 부인 현경자(玄慶子)씨의 대리출마에 대해『玄씨가 무슨 아키노 여사냐』는 비난도 있었으나 결국 TK정서만 다시 확인하고 말았다.
특히 8.2보선은 개정된 선거법에 따라 처음 치른 선거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각당은 선거가 끝나자 「돈은 묶고 말은 풀어준」 개혁선거법의 위력을 실감했다.이 선거는『자원봉사자 위주로 지구당을 재정비해야 한다』(姜三載의원.민자. 마산)는 교훈을 남겼다.
민자당은 올해 내부적으로 사상논쟁이 치열했다.안무혁(安武赫.
민자.전국구)의원등은『민자당이 급진 정당이냐』고 묻는 의견서를제출,여당내 색깔논쟁을 선도했다.
연말들어 관심의 표적이 된 사람은 金대표.『촛불은 태양이 떠있을 땐 미미하지만 밤이 되면 온 세상을 비춘다』는 촛불론으로자신의 처지를 설명하다 민주계가 퇴진론을 제기하자『보이지도 않고 만져지지도 않는 사불상(四不像)이 당내에 있다』며 반발,결국 金대통령으로부터『당 체제 변동은 없다』는 언질을 받아냈다.
경주보선에서의 승리에 고무된 민주당의 李대표는 이를「영일만 상륙작전」에 비유하며「당 기강확립과 지도체제 강화」를 외쳤으나곧 동교동계 내외문제연구회의 반격에 직면했다.
李대표는 검찰의 12.12관련자 기소유예조치에 대해『金대통령이 12.12를 「쿠데타的 사건」이라고 정의했음에도 이를 무시한 것은 이 정부가「문민정부」가 아니라「문민的 정부」이기 때문』이라며 반발했다.그는『해방직후 반민특위(反民特委 )의 해체에버금가는 반민족적 사건』으로 규정하고 장외투쟁을 벌였다.
金이사장은 여전히 뉴스메이커였다.대전일보(大田日報)인터뷰에서『만약 정치를 한다해도 민주당이나 계파를 업고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해 갖가지 억측을 유발했다.그뒤 기회가 있을 때마다『정치 안한다는 결심은 변함이 없다』며 진화에 나 섰으나 주변에는 여전히「亞太黨」「反 YS대연합」설등 정계복귀와 관련된 풍설들이 떠나지 않고 있다.개인적으로는 카터특사 파견과 남북정상회담 합의를 예고해 얻은「亞太역술(易術)재단」이라는 별칭도 얻었다. 정치 현장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곳은 제3당 주변.야권통합이 무산되자 朴민주당대변인은 박찬종(朴燦鍾)대표를 겨냥해『연탄가스는 틈만 있으면 비집고 나와 인체에 해를 준다』며 공박했다. 朴대표는 그뒤 국민당과 통합하는데 성공했으나『국민당에 지급될 1백억원대의 국고보조금을 바라보고 합당했다』는 구설수에 상처를 입었다.급기야「각목 전당대회」에서 대표로 선출된후 자진사퇴하고 말았다.
교수출신의 김동길(金東吉)대표도 스타일을 구기기는 마찬가지였다.양순직(楊淳稙)의원이『金대표로부터 당권을 넘겨주겠다는 각서를 받았다』고 주장하자 이에 대해『나는 한글 전용론자라서 그런게 없다』고 부인하다가 과학수사연구소의 감정결과가 친필(親筆)로 나와「거짓말쟁이」라는 시달림까가지 받았다.
국회는 농림수산위가 농안법(農安法)파동때「바나나 장학생」시비를 빚더니 재무위는 연말 정기국회에서 소주 공급량을 제한하는 주세법(酒稅法)을 고치려다『술취한 주세법 심의』라는 비난을 자초했다.또 정기국회에서는 이춘구(李春九)부의장이 지방기자석에서예산안을 통과시켜「공중(空中) 날치기」라는 신조어도 나왔다.
○…경제계도 올해 말의 홍수를 이뤘다.6월 모로코의 마라케시에서 타결된「세계무역기구(WTO)협정체제」는 경제정책의 대전환을 예고했다.이로써「관세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체제」는 종식됐다.특히 유통업에서 변화가 극심했다.대 규모 할인판매점이 등장해 유통혁명을 선도하더니「가격파괴」바람을 몰고왔다.
이는 제조업체의「원가(原價)파괴」,관리부서의「인사(人事)파괴」등으로 계속 확산중이다.단일 업종중 가장 치열한 시장경쟁은 하이트맥주가 불러온 「맥주전쟁」.삼성의 자동차 진출과 관련해서는「기술도입신고서」라는 용어가 유명해졌다.
젊고 개성적인 주부층을 지칭하는「미시족」열풍이 거세게 몰아친것도 올해의 변화.그러나 상업적으로 만든「친미족(美視族)」이라는 반론도 만만찮았다.대중문화계에서는「차인표 신드롬」이 올 한해를 휩쓸었다.
〈정리=정치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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