主경협 從대화의 실용노선-金悳부총리 이후의 남북관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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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김덕(金悳)통일부총리가 안기부장 출신으로는 최초로 정부의 외교.안보팀 좌장(座長)으로 포진하면서 새로운 남북관계 전망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번 개각으로 들어선 새 외교안보팀은 북핵(北核)타결.김일성(金日成)사망등으로 전환기를 맞고 있는 남북관계를 새로 관리해나가야 한다.
집권 2기 외교안보팀에 대한 대통령의 주문은 「팀워크를 이뤄남북관계를 주도적으로 풀어달라」는 것으로 압축된다.
대통령의 이같은 의중은 기존 교수 4인방중 이홍구(李洪九)씨와 김덕(金悳)씨만 총리.통일 부총리로 옮기는 한편 나머지 자리를 공노명(孔魯明).유종하(柳宗夏)씨등 실전 경험이 풍부한 정통 관료 출신들로 대체시킨 대목에서 읽을 수 있 다.
아무래도 북핵 문제를 지난 1년반이상 풀어오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불거져 나온 외교안보팀내 강.온(强.穩)대립 양상을 어떤형태로든 교통 정리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향후 정부의 대북(對北)정책은 대체로 과거의 온건노선보다는 중도 보수적 입장에서 추진될 것으로 관측된다.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정부의 대북 정책은 향후 평양 정권의 급격한 붕괴등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는 한편 북한의 개방과 국제사회 참여를 유도하는 정책을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金부총리는 24일 취임사에서 『내년 남북관계를 예측하기 힘들다』며 『사람과 편지가 오가고 남북경협을 활성화시켜 민족공동체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 붕괴론과 북한 無변화론같은 양 극단론은 통일에 모두 도움이 안된다』고 지적하고 『통일문제에 관한한 중용(中庸)적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자 간담회에서 그는 또 『현재로서는 남북관계가 신통한 진전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기 힘들다』며 『북한을 보다 명랑한 대화파트너로 만들어 나가는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金부총리가 정상회담등 거창한 목표나 북한이 어떻게 변하느냐에 큰 관심을 두기보다는 큰 원칙아래 작지만 내실있는 남북관계 개선에 주력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孔외무장관도 25일 『긴 안목에서 남북관계는 개선돼 나갈 것』이라 밝혔다.
한마디로 외교안보팀의 두날개인 통일.외무장관 모두 「남북 경협과 경수로등 실질적인 접촉에 주력하겠다」는 실용주의적인 대북정책을 밝히고 있다.
실제로 대화 파트너인 평양 사정을 감안하면 우리 정부도 그같은 정책외에 별다른 대안이 있을 수 없다.
우선 북한 자체가 지난 7월 김일성 사망이후 6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공식 권력승계 시기를 미룬채 유고(有故)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북한은 남쪽의 개각후 새외교안보팀을 『5,6共시절부터 반공대열에 앞장선 인물들』이라며 『북남 관계가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25일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물론 이같은 평양의 반응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북한이 안기부장출신의 힘있는 통일부총리 취임을 자신들의 실세 파트너로 은근히 좋아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金통일부총리를 좌장으로 하는 새로운 외교안보팀 출범이후의 남북관계는 대체로 「主경협.경수로,從남북대화」양상을 띠면서 실무적으로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안기부장 출신으로는 최초로 통일 부총리에 임명된 金부총리는 지난 69년 통일원이 창설된 이래 제21대 통일원 장관이다.
〈崔源起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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